가입기간 8년에서 멈춰 있던 한 가입자가 미납 상태였던 24개월치 보험료를 뒤늦게 내고 가입기간 10년을 채웠다. 국민연금공단이 소개한 이 사례에서 그는 목돈 대신 평생 받는 노령연금 수급권을 얻었다. 국민연금 추납이 4050 세대의 노후 설계 카드로 떠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연금공단 자료를 보면 추납 신청은 지난해 24만4329건으로 2023년 8만7644건의 2.8배로 늘었다. 전년과 비교해도 76.5% 급증한 수치다. 올해 상반기에만 10만6838건이 접수돼 역대 최다였던 2020년 27만1303건 수준에 다시 다가서고 있다.
◆ 2023년 바닥 찍고 반등… 올 상반기 10만건 돌파
추납은 실직·휴직·경력단절 등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했던 기간의 보험료를 나중에 내고 그만큼 가입기간을 되살리는 제도다. 2020년 12월 법 개정으로 인정 기간이 군 복무기간을 포함해 최대 119개월, 즉 10년 미만으로 제한되면서 신청은 한동안 줄었다.
그러다 2024년 13만4000명이 신청하며 흐름이 뒤집혔다. 지난해 신청 건수가 24만건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도 상반기 통계만으로 지난해 절반을 채웠다.
잠재 수요는 훨씬 크다. 추납 대상이 될 수 있는 지역가입 납부예외자와 장기체납자는 올해 4월 기준 277만7000명이다. 전체 국민연금 가입자는 5월 말 기준 2159만853명이다.
◆ 보험료율 9.5%로… '언제 내느냐'가 금액을 바꾼다
급증의 배경에는 연금개혁이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4월 공포한 개정 국민연금법에 따라 보험료율은 올해부터 해마다 0.5%포인트씩 올라 13%에 이른다. 명목소득대체율은 43%로 고정됐다.
추납보험료는 신청 당시의 보험료율을 적용해 산정한다. 요율이 매년 오르는 구조에서는 한 해만 미뤄도 내야 할 돈이 늘어난다. 기준소득월액 100만원 가입자가 50개월을 추납한다면 9%가 적용되느냐 9.5%가 적용되느냐에 따라 총 납부액이 달라진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시행된 개정법은 적용 보험료율의 기준 시점을 '신청한 달'에서 '납부기한이 속한 달'로 바꿨다. 연말에 신청해 이듬해에 납부기한이 걸리면 인상된 요율이 적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시행 당시 "이번 법 개정을 통해 추납신청 시점에 따른 유불리를 개선하고 형평성을 강화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 목돈 부담엔 분할납부… 추납 60회, 반납 24회
추납보험료는 한꺼번에 낼 수도 있고 월 단위로 최대 60회까지 나눠 낼 수도 있다. 다만 분할하면 정기예금 이자가 가산된다.
1999년 이전에 받아간 반환일시금을 도로 넣는 '반납'은 추납보다 수익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8~1998년 가입기간이 복원되면서 당시 소득대체율 70%가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43%와 비교하면 같은 기간이라도 연금액 증가 폭이 다르다.
반납금에도 비용은 붙는다. 일시금을 받은 날부터 신청 전달까지의 정기예금 이자율이 복리로 가산된다. 분할납부는 가입기간 5년 이상 기준 최대 24회 이내로 추납보다 짧다.
◆ 119개월 한도에 신청 몰려… "꼼수" 지적도
국회입법조사처는 추납 신청자 상당수가 법적 허용 최대치인 108~119개월 구간에 몰려 있다고 분석했다. 한 달치 보험료를 내 자격을 살린 뒤 10년치를 한꺼번에 채우는 방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입법조사처는 추납의 기간과 사유가 지나치게 넓어 성실 납부자와의 형평성을 해치고 기금 재정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후적으로 수급권을 얻는 편법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인정 요건과 범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제언도 함께 내놨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6월 내놓은 분석을 보면 개정 이후 20년 가입 평균소득자의 수익비는 1.6 이상, 40년 가입자는 1.7로 추산됐다. 낸 돈보다 받는 돈이 많은 구조가 유지되는 만큼 추납 수요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형평성 논란은 외국인 가입자로도 번졌다. 국민연금공단 집계를 보면 외국인의 추납 신청은 2016년 87건에서 2025년 1517건으로 17.4배로 늘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994건이 접수됐다.
가입기간을 되살려 실제 연금을 받게 된 외국인도 함께 늘었다. 추납으로 노령연금 최소 가입기간 10년을 채운 외국인은 올해 6월 기준 2250명으로, 2016년 27명과 비교하면 10년 새 83배가 됐다.
당국은 이달부터 외국인 추납 요건을 조였다. 체류자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추납을 인정하지 않고, 해당 기간에 국내에 월 15일 이상 실제로 거주했는지를 따진다. 신청자는 출입국사실증명을 내야 한다.
◆ 연금 늘렸다가 건보 피부양자 탈락할 수도
연금액이 늘어난다고 손에 쥐는 돈이 그만큼 늘지는 않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피부양자 인정기준에 따르면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소득이 연 2000만원, 월 167만원을 넘으면 피부양자 자격을 잃고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건강보험료를 따로 내야 한다.
제도 설계를 둘러싼 시선은 엇갈린다. 한 연금경제 전문가는 이달 초 방송 인터뷰에서 "과거의 보험료율을 추후 납부한다? 기회비용 측면 성실납부한 사람들에 비해 '꼼수'로 보일 수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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