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춘천시가 이달 닭갈비와 감자전 등 가을 특산품을 중심으로 신규 답례품 15종을 골랐다. 10만원을 기부한 사람에게 주는 특별 프로모션도 함께 열었다. 민간 기부 플랫폼을 통한 판촉이다.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경쟁이 4분기를 앞두고 달아오르고 있다. 기부자 입장에서 셈법은 단순하다. 10만원을 기부하면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전액이 세액공제되고, 기부액의 30%인 3만원어치 답례품이 따로 온다. 사실상 13만원 상당을 돌려받는 셈이다.
제도는 계속 커졌다. 행정안전부 집계를 보면 지난해 고향사랑기부금 총 모금액은 1515억원으로, 2024년 879억원보다 72.3% 늘었다. 기부 건수도 139만2000건으로 80% 증가했다. 그런데 이 돈의 98.4%는 10만원 이하 소액 기부에서 나왔다.
◆ 한도는 2000만원, 기부는 10만원에 멈췄다
개인이 1년에 낼 수 있는 고향사랑기부금 상한은 지난해 1월부터 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네 배 뛰었다. 지자체가 줄 수 있는 답례품 가액도 기부액의 30% 한도여서, 이론상 600만원어치까지 가능하다.
현실은 다르다. 올해 1분기 기부 현황에서도 전체 건수의 98% 이상이 10만원 이하였다. 전액 공제선인 10만원을 넘기면 공제 혜택이 급격히 줄어드는 구조 탓이다.
세제도 한 차례 손질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0만원 초과 20만원 이하 구간의 세액공제율은 종전 16.5%에서 44%로 올라 올해부터 적용된다. 2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여전히 16.5%다.
국회에서는 전액 세액공제 기준 자체를 20만원으로 올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2027년부터 비수도권 우대지역에 기부할 경우 20만원 초과분 공제율을 27.5%로 올리기로 했다.
◆ 기부금 절반이 12월 한 달에 몰린다
지난해 연간 모금액의 50.9%인 770억원이 12월 한 달에 집중됐다. 민간 플랫폼 기준으로는 연간 모금액의 70% 이상이 연말정산 시기에 쏠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12월에 몰리면 손해를 보는 쪽은 기부자다. 인기 있는 축산물과 제철 과일 답례품은 물량이 한정돼 있어 연말이면 품절이 잦다. 농산물 답례품의 성격상 햅쌀과 가을 과일은 수확 직후인 지금이 선택지가 가장 넓다.
모금 흐름도 예전 같지 않다. 국회에 제출된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모금액은 153억원으로 전년 동기 183억원보다 8.3% 줄었다. 제도 4년 차에 들어서며 초기 관심이 한풀 꺾인 것으로 풀이된다.
◆ 답례품 351억원어치…절반 이상이 농축수산물
지난해 답례품 판매액은 351억5000만원으로 2023년보다 133% 급증했다. 답례품 구매 116만5000건 가운데 농축수산물이 56.9%로 가장 많았고, 가공식품 26.2%, 지역상품권 13.4% 순이었다.
단일 품목 매출 1위는 광주 남구의 한우 등심으로 8억3000만원어치가 나갔다. 경북 영주 사과가 7억70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한우와 사과처럼 가격을 가늠하기 쉬운 품목에 선택이 몰리는 흐름이다.
답례품을 관광으로 잇는 시도도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감귤 발효 와인을 답례품으로 내놓고, 기부자가 현지 양조장을 찾도록 유도하는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상품권을 고르면 현지 방문 때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여행 계획과 묶는 방법도 있다.
기부처 선택에는 제약이 있다.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둔 지자체에는 낼 수 없고, 그 외 전국 어느 지자체든 고를 수 있다.
◆ 은행 앱으로도 기부…민간 창구 몫이 399억원
기부 창구는 정부 포털 고향사랑e음에 더해 시중은행과 핀테크 등 민간 플랫폼으로 전면 개방됐다. 주요 은행 앱에서 계좌 이체하듯 기부와 답례품 선택을 한 번에 끝낼 수 있다.
효과는 숫자로 나타났다. 민간 플랫폼을 통한 기부 비중은 2024년 7.1%에서 21.9%로 올랐고, 지난해 모금액 가운데 399억원이 민간 창구에서 나왔다.
돈의 쓰임을 지정하는 방식도 자리를 잡고 있다. 기부자가 특정 주민 복리·공익 사업을 골라 내는 지정기부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다. 광주 동구청은 발달장애 청소년 야구단 지원 같은 구체적 사업을 앞세워 누적 모금액 100억원을 넘겼다.
창구 수 자체가 크게 늘었다. 행정안전부 디지털서비스 개방 포털을 보면 고향사랑기부금을 낼 수 있는 민간 창구는 5900여 곳에 이른다.
법 개정 전에는 지자체가 기금을 모아 쓰는 방식뿐이어서, 낸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기부자가 알기 어려웠다. 행정안전부는 사업별 모금과 집행 내역을 공개하도록 해 기부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를 밝혔다.
◆ "답례품 퍼주기" 비판과 지자체 격차
제도가 커진 만큼 그늘도 뚜렷하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본래의 지역 발전 취지보다 답례품 경쟁과 연말 일회성 소비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자체 간 격차 문제도 제기된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곳은 홍보 예산과 기획력이 부족해 민간 플랫폼 경쟁에서 밀리고, 모금액보다 홍보비가 더 드는 사례까지 나온다는 것이다. 출향민 규모와 인지도에 따라 기부금이 일부 농어촌 지역에 쏠린다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재정 이전 효과는 확인된다. 지난해 모금액의 92%가 비수도권 지자체로 흘러갔다. 국회는 오는 11월 정기국회 세법 심사에서 전액 세액공제 기준 확대안을 다룬다.
한 지방재정 전문가는 "고향사랑기부제는 정착 단계에서 질적 성장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며 "10만원을 더 걷는 제도에서 10만원을 넘어설 이유를 만드는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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