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만든 통장에 8만원이 남아 있었다. 10년 가까이 잊고 지내다 계좌 통합조회에서 발견해 주거래 통장으로 곧바로 옮긴 사례다. 금융감독원이 소개한 이 환급 사례처럼, 본인도 있는 줄 몰랐던 돈이 금융권 곳곳에 쌓여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9월 공개한 집계를 보면 2025년 6월 말 기준 주인을 찾지 못한 숨은 금융자산은 18조4482억원에 이른다. 2021년 말 15조9천억원에서 2조5천억원 넘게 불어난 규모다. 금융당국은 21일부터 전 금융권이 함께하는 숨은 금융자산 찾아주기 캠페인을 진행한다.
◆ 예·적금 7조5209억원, 보험금 5조8506억원
숨은 금융자산의 구성을 보면 장기 미거래·휴면 상태인 예·적금이 7조5209억원으로 가장 많다. 다음이 중도·만기보험금을 포함한 미청구 보험금 5조8506억원이다.
미사용 카드포인트는 2조9060억원, 증권사의 미수령 배당금과 투자자예탁금은 2조686억원이다. 증권 쪽은 3년 이상 거래가 없는 자산과 실기주과실이 포함된 수치다.
액수는 크지만 개인이 체감하는 금액은 소액인 경우가 많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지난 1월 발표한 지급 실적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지급한 휴면예금은 3732억원(65만8천건)에 달했다. 건당 평균 수령액은 56만7천원이었다. 전년보다 23.7% 늘어난 금액이다.
◆ 카드포인트는 78.7% 찾는데 은행 예금은 8.1%
문제는 업권별로 찾아가는 비율이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0월 내놓은 통계를 보면 최근 3년간 70개 금융회사의 휴면 금융자산 평균 환급률은 계좌 수 기준 28.9%에 그쳤다.
세부적으로는 카드포인트 환급률이 78.7%인 반면, 은행 예·적금 환급률은 8.1%에 머물렀다. 포인트는 카드사 앱과 통합조회 창구가 익숙해진 편이다. 반면 오래전 만든 통장은 어느 은행에 있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연령대별 편차도 뚜렷하다. 2025년 캠페인 환급자를 보면 60대 이상이 42.5%로 가장 많았고, 10~30대는 2.6~10.2%에 그쳤다. 사회초년생 시절 급여통장이 그대로 방치되는 나이대일수록 오히려 찾아가지 않는 셈이다.
◆ 100만원 이하 계좌는 즉시 해지·이체
찾는 절차 자체는 복잡하지 않다. 금융결제원이 운영하는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어카운트인포)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에서 본인 인증을 거치면 전 금융권 계좌가 한 번에 조회된다.
1년 이상 입출금이 없고 잔액이 100만원 이하인 소액 비활동성 계좌는 화면에서 바로 해지하고, 남은 돈을 본인 명의의 다른 계좌로 옮길 수 있다. 계좌 통합조회는 매일 0시 30분부터 23시 30분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다만 은행권 해지·잔고이전은 영업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증권사는 오후 4시까지만 가능하다.
카드포인트는 여신금융협회의 통합조회 서비스나 어카운트인포에서 여러 카드사 포인트를 한꺼번에 현금화할 수 있다. 1포인트가 1원으로 환산돼 실시간 또는 다음 영업일에 계좌로 들어온다. 서로 다른 3개 카드사에 흩어져 소멸을 앞두고 있던 4만5천원어치 포인트를 한 번에 입금받은 사례도 있다.
휴면예금은 서민금융진흥원 온라인 창구에서 조회·신청한다. 온라인 지급 신청 한도는 건당 2천만원 이하로, 이를 넘으면 영업점을 직접 찾아야 한다.
◆ 5년 지난 포인트는 소멸…압류 계좌는 방문해야
서두를 이유도 있다. 신용카드 포인트의 법정 소멸시효는 적립 후 5년, 60개월이다.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사라져 되돌릴 방법이 없다.
온라인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압류나 질권이 설정된 계좌, 잔액이 100만원을 넘는 계좌는 즉시 해지 대상이 아니다. 이 경우 해당 금융회사 영업점을 직접 방문해야 한다.
캠페인 시기마다 되풀이되는 사기도 경계 대상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당국을 사칭한 피싱·스미싱 범죄를 경고했다. 환급 수수료 입금을 요구하거나 악성 인터넷주소를 문자로 보내는 수법에 주의해야 한다. 공공기관이 숨은 돈을 찾아주면서 수수료를 받거나 비밀번호를 묻는 일은 없다.
◆ 회사별 환급률 공시 추진
비대면 창구는 이미 주된 통로가 됐다. 2025년 캠페인 7주 동안 환급된 1조6329억원 가운데 모바일·인터넷을 통한 환급이 금액 기준 66.0%인 1조774억원이었다. 항목별로는 미사용 카드포인트가 6309억원으로 전체의 38.6%를 차지했고, 증권 자산 4037억원, 예·적금 3388억원, 보험금 2579억원 순이었다.
금융당국은 10월 중 금융회사별 숨은 금융자산 현황과 환급률을 정기적으로 공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환급률이 낮은 회사가 드러나면 안내를 강화할 유인이 생긴다는 취지다. 서민금융진흥원을 통해 원권리자가 찾아간 휴면예금은 2024년 말 기준 누적 1조9617억원이다.
온라인 접근이 어려운 고령층을 어떻게 끌어올릴지가 남은 과제다. 한 서민금융 전문가는 "휴면예금 원권리자가 보유 사실을 몰라 찾아가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공인알림문자 등 안내를 기울이고 있다"며 "우편안내 강화 등을 통해 고령층도 휴면예금을 편리하게 찾아가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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