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에 대해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며 공식 거부 입장을 밝혔다. 이에 청와대는 즉각 깊은 유감을 표하며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노태악 전 대법관이 퇴임한 지 6개월이 지났고, 대법관 1인당 연간 3천500~4천600건의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백이 길어지면 국민의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 침해가 이어진다는 지적을 앞세웠다. 그런데 이는 '지연(遲延)의 폐해'에 대한 설명일 뿐 대법원장의 거부가 위헌이라는 근거는 아니다. 본질을 흐려선 안 된다.
실제로 청와대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으로 헌법에 위배되는 인식"이라며 "제청하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해야 한다는 것은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이는 대법원장이 밝힌 거부의 근거와는 다른 얘기다. 대법원은 재제청을 요청하는 구체적인 사유와 그 헌법적 근거가 문서에 적혀 있지 않고 이를 정당화할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했을 뿐이다. 대법원이 문제 삼은 것은 제청권과 임명권의 우열(優劣)이 아니라 대통령이 제청을 반려·재제청 요구할 때에도 헌법이 요구하는 절차와 사유 명시라는 최소한의 형식을 갖췄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장의 거부는 '대통령과 각을 세우겠다'는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헌법기관으로서 법과 원칙에 근거해 법질서를 지키겠다는 당연한 대응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사법부 수장이 법적 근거가 결여된 요구를 수용한다면 헌법 정신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 된다.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은 정파적 이해관계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되는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堡壘)다. 대통령의 인사권이 중요하듯 대법원장의 독립된 제청권도 헌법에 보장된 권한이다. 근거 없는 재제청 요구에 대한 대법원장의 거부를 두고 본질을 호도하면서 마치 대법관 공백 장기화가 대법원 때문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청와대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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