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분기와 연간 기준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다음 분기 전망도 시장 눈높이를 큰 폭으로 웃돌면서 업계 선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익성 개선과 주가 반등 기대도 커지고 있다. 메모리 3사 가운데 가장 먼저 성적표를 공개하는 마이크론은 글로벌 메모리 업황의 방향을 가늠하는 풍향계로 통한다.
마이크론은 30일(현지시각) 2026회계연도 4분기(6~8월) 매출이 542억3000만달러(약 73조5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배 가까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직전 분기(414억6000만달러)보다 30.8% 늘어난 규모이자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510억7000만달러)를 크게 웃도는 성적이다.
조정 주당순이익(EPS)도 33.42달러로 월가 예상치(31.61달러)를 넘어섰다. 2026회계연도 연간 매출 역시 1331억8800만달러로 전년보다 256% 늘어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실적을 끌어올린 핵심은 AI 데이터센터용 메모리였다. AI 서버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집중된 핵심 데이터센터 사업 부문 매출은 180억달러로 1년 전보다 11배 이상 급증했다.
이어 클라우드 메모리 부문 162억8000만달러, 모바일·클라이언트 부문 131억1000만달러, 차량용·임베디드 부문 68억2000만달러로 전 사업 부문이 고르게 성장했다. 조정 매출총이익률은 87%로 시장 예상(86.2%)을 웃돌았다.
다음 분기 전망은 더 강했다. 마이크론은 2027회계연도 1분기 매출 전망치로 615억달러(약 83조3000억원), 조정 EPS는 38.15달러를 제시했다. 월가 추정치인 매출 570억달러, EPS 35.4달러를 모두 웃도는 수준이다. 그동안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던 반도체 사이클 정점 통과(피크아웃) 우려와 AI 투자 회의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수치다.
마이크론은 급증하는 수주를 소화하기 위해 생산 시설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뉴욕주와 본사가 있는 아이다호주 보이시에 신규 공장을 건설 중이다.
산자이 메로트라 최고경영자(CEO)는 "AI가 슈퍼지능(SI)으로 발전하고 있고 메모리는 이 같은 지능과 고객사의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한다"며 "2027회계연도에는 더욱 강력한 실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사가 메모리 구매량을 미리 확정 예약하는 전략적 고객 협약(SCA)이 실적 지속성에 대한 확신을 더해준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론 훈풍에도 삼전닉스 '관망'…금리가 변수
마이크론의 호실적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기대감도 높이고 있다. 마이크론은 HBM 점유율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은 3위지만 3사 과점 체제에서 판가 인상과 장기 공급계약 추세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위 마이크론의 기록적 수익성이 메모리 공급업체 전반의 가격 협상력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점을 입증한다고 평가했다.
국내 반도체 투톱의 3분기 실적도 사상 최대가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10조28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6% 급증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도 전 분기 대비 29% 늘어난 78조577억원이 점쳐진다. 두 회사의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만 188조원을 웃돌아 사상 처음 200조원 근접한다.
다만 마이크론의 실적이 즉각 주가 랠리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마이크론 주가는 올해 들어 약 275%, 최근 1년간 500% 넘게 오른 터라 호실적이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마이크론은 실적 발표 직후 시간외 거래에서 1%대 상승과 하락을 오가며 약보합권에 머물렀다. 다음 분기 매출총이익률을 86.3%로 제시해 4분기(87%)보다 낮아질 것으로 본 점도 영향을 줬다.
국내 증시에서도 반도체 대형주는 신중한 흐름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57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0.19% 하락한 26만8000원에, SK하이닉스는 0.23% 상승한 178만원에 거래 중이다. 마이크론 호실적이 메모리 업황 기대를 뒷받침하지만 미국 장기금리 상승 부담이 겹친 영향으로 보인다.
미 장기금리는 증시 상단을 누르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금리가 오르면 미래 이익을 당겨 평가받는 성장주일수록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간밤 10년물 금리는 장중 5.304%까지 올라 2002년 5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30년물도 5.6%대로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서 움직였다. 전날 발표된 8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시장 예상을 밑돌며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 인상 우려를 다소 낮췄지만 강한 소비 지표가 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오래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를 뒷받침하면서 장기금리 부담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높은 금리 레벨을 감당해야 한다는 전제는 변하지 않았으며 고금리를 견딜 수 있는 증시의 이익 체력 개선 여부가 중요해진 시점"이라며 "마이크론 실적이 중립 이상의 결과를 보였다는 점은 안도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한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미국 10년물 금리 급등 부담에도 분기 말 리밸런싱 종료에 대한 안도감과 마이크론 어닝 서프라이즈, 한국 9월 수출 기대 등에 힘입어 반등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댓글 많은 뉴스
울산시장, 샌드위치 먹으며 회의하는 모습에…"노가다도 밥 시간은 준다"
"장동혁, 정치적으로 끝…우리 국민들은 '한동훈 당'을 진짜 야당으로 가지게 돼"
[단독] LH·국토안전관리원, '암살자(들)' 단체관람 논란
대법관 1명 보수 연 2억…절반 가까이가 특경비·격려금 "26명 체제 재정 부담은?"
장동혁 "좌파 진영, 박정희·이승만 공격해 대한민국 정통성 부정…'암살자(들)'도 가볍게 볼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