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대형 증권사에 스몰캡(중소형주) 리서치보고서 발간을 의무화하기로 하면서 증권가가 난색을 보이고 있다.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 정보를 확대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재 리서치 인력으로는 목표 비율을 맞추기 어려운 데다 기업 정보도 상대적으로 부족해 양질의 보고서를 지속해서 생산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의 스몰캡 리서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연간 리서치보고서 가운데 일정 비율 이상을 중소형주 분석 보고서로 발간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를 통해 종투사는 전체 보고서의 25% 이상을 코스피 시가총액 300위 미만 및 코스닥 시가총액 150위 미만 종목으로 구성하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코스닥 시가총액 150위 미만 종목으로 채우도록 한다. 전년도 스몰캡 커버리지 비율이 40% 이상인 종투사에는 모험자본 의무비율 산정 시 중소·벤처기업 공급액을 5% 가산하는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연구원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매도 의견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익명 리포트를 허용하고, 리서치 부서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 금지 원칙을 공적 규제로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기업공개(IPO) 기업에 대한 보고서 발간 의무도 기존 상장 후 1년간 2회 이상에서 3년간 매년 2회 이상으로 확대하고, 증권사별 보고서 발간 현황과 연구원 성과 등을 주기적으로 공시할 방침이다.
그동안 국내 증권사 리서치가 대형주와 시장 주도주에 집중되면서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 정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진 만큼 정책 취지 자체는 업계에서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현장에서는 보고서 비중을 숫자로 정하는 방식이 실제 리서치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은 인력이다. 스몰캡은 대형주보다 기업별 사업 구조와 실적 변수가 다양해 개별 기업에 대한 분석과 지속적인 추적이 필요하지만 이를 담당할 연구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 A씨는 "현재 인력으로는 스몰캡 보고서 비중 25%를 맞추기 어렵다"라며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스몰캡은 대형주에 비해 기업의 공시와 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인 경우가 많아 연구원들이 실적과 기업가치를 분석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공시와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인 데다, 기업별 사업 구조와 실적 변수를 직접 파악해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지방에 본사를 둔 기업을 직접 찾아가는 등 탐방에 필요한 물리적인 시간과 비용도 부담이다.
또 다른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 B씨는 "보고서 비율을 맞추기 위해 발간 주기나 분석 방식이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라며 "의무 비율을 충족하기 위해 기존보다 더 많은 종목을 다루게 될 경우 개별 기업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과 인력이 분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스몰캡 리서치에 대한 시장 수요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점도 증권사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리서치 인력과 비용을 추가로 투입해 커버리지를 확대하더라도 대형주에 비해 이를 통한 사업적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인력을 늘려 보고서 숫자를 채우는 것만으로는 지속적인 스몰캡 커버리지가 정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스몰캡은 주가 변동성이 큰 만큼 리포트 한 편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대형주에 비해 거래량과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은 새로운 분석이나 투자의견에 따라 주가가 크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원 입장에서는 객관적인 분석과 소신에 따라 의견을 제시하더라도 자신의 보고서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금융당국이 연구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익명 리포트 허용 등 제도 개선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문제를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익명 리포트만으로 이들의 부담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B씨는 "지금과 같은 인력 규모에서 익명으로 리포트를 낸다고 해도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한 업종을 한 명이 담당하는 경우 이름을 가려도 누가 썼는지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연구원의 이름을 가리는 것만으로는 매도 의견에 따른 부담을 일부 낮출 수 있지만, 결국 한정된 인력으로 더 많은 스몰캡 종목을 분석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까지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스몰캡 리서치 확대를 위해선 보고서 발간 숫자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연구원이 지속해서 기업을 분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인력과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의무 비율만 높이면 일회성 보고서는 늘어날 수 있지만,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특정 종목을 한 번 다루는 것보다 꾸준한 분석과 추적이다.
A씨는 "금융당국이 스몰캡 리서치 확대를 통해 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완화하고 투자자들의 선택권을 넓히려는 만큼, 증권사들도 정책 취지에 맞춰 분석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면서도 "다만 '25%'라는 숫자를 채우는 것과 투자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리서치를 늘리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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