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사철에 수도권 아파트를 사려는 무주택자가 대출 창구에서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걸림돌은 디딤돌대출 방공제다. 서울 아파트는 대출 한도에서 5500만원이 그대로 깎인다. 경기·인천 과밀억제권역 아파트는 4800만원이다. 집값과 담보인정비율(LTV)만 보고 잔금을 계산했다가는 입주 직전에 구멍이 난다.
◆ 방공제가 뭐길래
방공제는 소액임차보증금 차감을 뜻한다. 집주인이 돈을 못 갚아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세입자가 최우선으로 돌려받는 보증금이 있는데, 은행은 그만큼을 처음부터 대출에서 빼고 내준다. 그동안 디딤돌대출은 모기지신용보증에 가입하면 이 차감을 면제받을 수 있었다.
국토교통부는 2024년 11월 디딤돌대출 맞춤형 관리방안을 내놓으며 수도권 아파트에 한해 방공제를 의무화했다. 그해 12월 신청분부터 적용됐다. 국토교통부는 브리핑에서 담보인정비율 규정 도입 취지를 벗어나는 대출은 원칙적으로 신규 취급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기금 건전성에 무리가 될 수 있는 대출 역시 제한 대상에 포함됐다.
◆ 5억원 아파트, 대출은 3억200만원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사례는 간단하다. 경기 과밀억제권역의 5억원 아파트를 LTV 70%로 사면 종전에는 3억5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었다. 지금은 3억200만원이다. 4800만원이 사라진 자리는 매수자가 현금으로 메워야 한다.
생애최초 구입자에게 주던 LTV 80%는 그대로다. 다만 방공제 차감은 똑같이 적용된다. 비율은 유지됐지만 실제 손에 쥐는 돈은 줄어든 셈이다.
잔금 역산 공식은 이렇다. 집값에 LTV를 곱한 뒤 지역별 방공제액을 뺀다. 그 금액이 디딤돌로 조달할 수 있는 상한이다. 집값에서 계약금·중도금과 이 상한을 빼고 남는 돈이 매수자가 따로 준비해야 할 잔금이다.
같은 5억원 아파트라도 서울이면 한도가 더 내려간다. 국토교통부가 관리방안과 함께 내놓은 계산 예시에서 서울 5억원 아파트의 디딤돌대출 한도는 2억9500만원이다. 서울의 소액임차보증금 차감액이 과밀억제권역보다 큰 만큼 매수자가 현금으로 채워야 할 몫도 그만큼 늘어난다.
◆ 신축 입주자는 후취담보까지 막혔다
신축 아파트 수분양자에게는 두 번째 벽이 있다. 등기가 나기 전 잔금을 치르는 미등기 아파트에 대한 후취담보 대출도 막혔다. 국토교통부는 기금이 먼저 대출을 내주고 나중에 담보를 잡는 방식을 원칙적으로 중단했다.
2024년 12월 이전에 입주자모집공고를 낸 단지는 지난해 6월 말까지 유예를 받았다. 이 기한은 이미 지났다. 올해 입주하는 수도권 단지는 기금 후취담보 잔금대출을 기대할 수 없고, 시중은행 집단대출이나 신용대출로 잔금을 꾸려야 한다.
실수요자 사이에서는 저리 정책대출이 막힌 자리를 고금리 신용대출이나 2금융권이 채우는 풍선효과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 규제를 피하는 다섯 갈래
예외는 분명하게 그어져 있다. 지방 아파트는 방공제 의무 차감이 없다. 빌라·다세대 등 비아파트는 전국 어디든 적용되지 않는다. 연소득 4천만원 이하 가구가 3억원 이하 집을 살 때도 빠진다. 신생아 특례대출과 전세사기 피해자 전용 대출은 방공제와 후취담보 제한 모두에서 제외된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오히려 문턱을 낮췄다. 부부합산 소득 요건이 1억3천만원에서 2억원으로 올라갔다. 수도권 중저가 아파트를 노리는 신혼부부라면 디딤돌보다 신생아 특례가 유리한지 먼저 따져볼 만하다.
◆ 정부가 노린 효과와 실제 숫자
국토교통부는 브리핑에서 디딤돌대출의 수도권 비중이 절반가량이라며 대출이 첫해 3조원, 이듬해 5조원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국토교통부가 2024년 10월 국회 이연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규제 직전 9개월간 디딤돌 집행액은 22조3천억원이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의 2.7배에 달하는 규모였다.
효과는 숫자로 드러났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올해 국회 이종욱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규제 시행 뒤 넉 달간 수도권 생애최초 디딤돌대출 건수는 절반 넘게 줄었다. 같은 기간 대출 총액은 직전 넉 달 2조212억원에서 67.8% 감소한 6518억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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