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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순국선열의 날, 대구의 역사를 다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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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홍 대구시 보건복지국장

이재홍 대구시 보건복지국장
이재홍 대구시 보건복지국장

11월은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순국선열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되새기는 시간이다. 순국선열의 날(11월 17일)을 맞을 때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결코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범한 일상은 이름 없이 나라를 위해 헌신한 수많은 이들의 희생 위에 세워졌다. 순국선열의 날은 과거를 추모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정신을 오늘의 삶 속에서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하는 날이어야 한다.

역사를 기억하고 보존하는 일은 도시의 정체성과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과제다. 그런 점에서 대구는 깊이 기억하고 계승해야 할 독립운동의 역사를 품은 도시다.

대표적인 사례는 1907년 대구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이다. 일본에 진 빚을 국민의 힘으로 갚아 국권을 회복하자는 이 운동은 전국으로 확산됐으며, 많은 시민이 패물과 재산을 내놓으며 뜻을 모았다. 평범한 시민들이 국가적 위기 앞에서 주체적으로 행동했다는 점에서 오늘날에도 큰 울림을 준다. 관련 기록물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또한 1915년 달성공원에서 대한광복회가 결성됐고, 1919년 서문 밖 장날에는 3·8만세운동이 전개됐다. 이후 1927년 조선은행 대구지점 장진홍 의사의 폭탄 의거와 1941년 대구사범학교 학생들의 다혁당 결성 등 다양한 항일투쟁도 이어졌다. 2026년 8월 말 기준 대구의 독립유공자 등록 인원은 227명으로 서울 다음으로 많을 뿐 아니라, 대구형무소 순국자도 225명으로 서대문형무소의 195명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돼 대구가 독립운동의 치열한 역사와 희생을 간직한 공간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유적이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역사가 시민의 기억 속에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대구에는 국채보상운동기념관을 비롯한 관련 유적이 있지만, 자료와 공간이 흩어져 있어 독립운동사를 하나의 흐름으로 이해하고 체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산재한 역사를 모아 시민 누구나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종합적인 역사 공간이 필요하다.

국회에서는 독립기념관 분원 설치의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대구시도 향후 법 개정에 대비해 분원 유치를 준비하고 있다. 독립기념관 분원은 단순한 시설 건립을 넘어 대구와 영남권의 독립운동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의 큰 흐름을 조명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이름난 독립운동가뿐 아니라 이름 없이 행동했던 평범한 시민들의 삶과 선택도 담아야 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사진과 문서, 구술자료를 수집해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한다면 역사는 박제된 과거를 넘어 오늘을 성찰하고 미래를 여는 살아 있는 자산이 될 것이다.

순국선열의 날은 희생을 기억하는 동시에 그 정신을 실천으로 잇는 날이다. 독립기념관 분원 건립을 추진하는 일은 오래된 과거를 보존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이름 없는 영웅들의 정신을 오늘에 되살리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대구의 새로운 선택을 시작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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