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 시장에서 크게 낮아진 거래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가격 하락을 직접 언급했다. 강남 3구 아파트값은 동반 하락했지만 서울 전체 매매가격은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어 지역과 단지별로 온도 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대통령은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주요 지역들의 부동산 실제 거래 가격이 놀라울 정도로 떨어지고 있다"며 "부동산 투기 공화국 오명을 벗기 위해 정부가 객관적 데이터를 제대로 설명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 흐름을 둘러싸고 엇갈린 해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가 통계에 근거해 시장 상황을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 특히 수도권 주택가 전망을 두고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며 "통계 자료들은 정기적으로 내고 있지만 그게 제대로 전달되는지 좀 걱정"이라고 했다. 이어 "주택 가격 상승을 이익으로 보는 쪽이 그 자료 중 일부만 갖고, 뭐랄까, 한쪽 방향으로 몰아가는 측면들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SNS에도 부동산 시장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국민과 나라를 위해 부동산 불패 신화는 깨질 때가 됐고 반드시 깨야 한다"며 "집값이 크게 하락할 경우 공적임대주택 용도로 정부가 대량 매입하는 것을 포함해 대비책은 이미 강구 중"이라고 적었다.
실제 강남권에서는 역대 최고가보다 수억원에서 수십억원 낮은 가격에 거래된 사례가 확인됐다. KB부동산이 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최근 60일간 거래된 서울 아파트 가운데 역대 최고가 대비 하락액이 큰 상위 10건 중 7건은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였다.
하락액이 가장 컸던 거래는 압구정 현대(신현대) 전용면적 182㎡였다. 해당 주택은 지난달 14일 88억원에 매매됐다. 올해 7월 기록한 최고가보다 24억5000만원, 비율로는 21.77% 낮은 금액이다.
같은 단지 전용 111㎡도 지난달 19일 55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7월 최고가와 비교하면 19억1000만원(25.46%) 떨어졌다. 현대1·2차 전용 160㎡는 지난 9월 80억원, 현대8차 전용 163㎡는 지난달 67억40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두 거래 역시 역대 최고가보다 각각 18억원, 15억6000만원 낮았다.
대치동 대표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에서도 기존 실거래가보다 낮은 가격을 내건 매물이 나왔다. 네이버페이 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2일 은마아파트 8동 전용 76.79㎡ 저층 매물이 29억9000만원에 등록됐다. 전체 14층 가운데 1~4층에 해당하는 저층으로, 남동향이며 최초 게재일은 지난달 29일이다. 해당 매물의 호가는 같은 면적 저층의 최근 실거래가보다 낮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은마아파트 전용 76.79㎡ 2층은 지난 9월 11일 30억2000만원, 1층은 같은 달 28일 30억50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강남권의 약세는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서도 드러났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10월 넷째 주 자료에 따르면 10월 26일 기준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38% 하락했다. 서초구는 0.35%, 송파구는 0.22% 내렸다. 강남·서초구는 12주 연속 하락했고, 강남 3구 모두 전주보다 낙폭이 커졌다.
그러나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가격은 0.09% 상승했다. 전주 상승률인 0.13%와 비교하면 오름폭은 축소됐지만 상승 흐름은 이어졌다. 성북구가 0.39% 올랐고 서대문구와 종로구도 각각 0.36%, 0.35% 상승했다. 강남 3구가 일제히 하락한 것과 달리 일부 지역에서는 오름세가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은 가격을 낮춘 매물이 나온 일부 지역과 재건축 추진 단지에서 매매가격이 하락한 반면, 수요가 꾸준한 선호 단지에서는 상승 거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서울 전체 지표와 강남권 개별 지역의 거래 흐름이 다르게 나타난 배경이다.
부동산 전문가 아기곰(필명)은 강남권 거래가격 하락을 집값 급락의 신호로 해석하는 데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기 전인 지난달 30일 유튜브 채널 '부읽남TV'에 출연해 최근 강남 매매가격 하락을 "보유세 절세를 위한 소유주 물갈이"로 해석하며 "집값 폭락의 전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기곰은 고가 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의 매물 증가 배경으로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를 들었다.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부동산을 장기간 보유하거나 거주한 경우 양도차익 일부를 공제하는 제도다. 공제 폭이 줄어들면 주택을 매도할 때 부담해야 할 양도소득세가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양도차익이 50억원인 주택을 예로 들었다. 10년 보유와 10년 거주 요건을 모두 충족한 경우 기존에는 최대 80%인 40억원을 공제받아 나머지 10억원을 과세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아기곰은 2028년부터 공제 한도가 20억원으로 줄고, 2029년 이후에는 10억원으로 축소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 시세차익이 많은 사람은 집을 팔 수 밖에 없다"며 "언제 팔겠나. 빠르면 2027년도, 늦으면 2028년도에 집을 팔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에 앞서 양도차익이 큰 주택 보유자들이 매도에 나설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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