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학진흥원이 지난 2003년 도산서원운영위원회로부터 기탁받아 체계적으로 보존·연구해 온 조선전기 금속활자본 4종 97책이 지난달 29일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보물로 지정 예고된 금속활자본은 초주갑인자본 '궐리지'(13권 13책)와 '의례경전통해'(37권 20책), 을해자본 '대명일통지'(90권 60책), 을해자체경서자본 '소학언해'(6권 4책)이다.
조선 전기 갑인자·을해자·을해자체경서자 등 다양한 금속활자로 인출한 희귀 판본으로, 이들 자료는 모두 국내 유일의 완질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400~500여 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온전한 형태와 완질을 유지하고 있어 조선시대 출판·인쇄사와 서지학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의례경전통해'는 1570년 판중추부사 이황에게 하사된 자료로 도산서원의 장서 형성과 왕실의 문헌 보급 양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이 책이 도산서원에 소장돼 있었다는 사실은 1630년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돼 있다. 당시 최유해(崔有海)가 중국에서 '의례경전'을 구하려 했으나 얻지 못하고, 국내에는 도산서원에만 한 질이 있다고 보고한 내용은 이 자료의 희귀성과 역사적 가치를 잘 보여준다.
을해자본으로 인출한 '대명일통지'는 명나라 영종 천순 5년(1461)에 황제의 명으로 이현(李賢)이 편찬한 90권의 지리지이다.
특히, 지정 예고 자료 가운데 을해자체경서자본 '소학언해'는 1588년 도산서원에 내사된 것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완질로 전해지는 자료이다.
이 책은 조선시대 언어와 문자의 변화 양상을 보여줄 뿐 아니라 방점 등 당시의 표기 양상을 통해 16세기 말 국어의 변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국어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도산서원 자료가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된 것은 2003년이다. 당시 광명실과 장판각에 보관돼 있던 1만여 점의 자료가 도산서원운영위원회로부터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됐다.
이후 한국국학진흥원은 수백 년 동안 도산서원이 지켜온 귀중한 전적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연구해 왔으며, 이번 지정 예고를 통해 그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이번 보물 지정 예고를 계기로 도산서원 장서의 역사적·학술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연구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보존과 연구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조선 전기에 제작된 도산서원 소장 전적을 비롯해 서원의 운영과 장서 관리 역사를 보여주는 고문서 등 관련 자료에 대해서도 국가유산 지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정종섭 원장은 "도산서원이 수백 년 동안 소중하게 지켜온 장서의 역사적·학술적 가치를 국가적으로 인정받는 중요한 계기"라며 "앞으로도 한국국학진흥원은 선조들이 남긴 귀중한 기록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연구와 전시·교육을 통해 국민과 함께 향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도산서원은 퇴계 이황(1501~1570)을 배향하는 서원으로, 퇴계가 학문과 인격을 수양하던 도산서당에서 그 뿌리가 시작됐다.
이후 조선시대 수많은 제자와 후학이 학문을 연마하고 장서를 수집하면서 도산서원은 조선의 대표적인 학문과 지식 교류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도산서원은 전교당과 상덕사 등 주요 건물이 1963년 보물로 지정됐으며, 경내 전체는 1969년 사적 제170호로 지정됐다.
2015년에는 도산서원 장판각에 전해지던 '퇴계집' 책판 등이 포함된 '한국의 유교책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고, 2019년에는 도산서원이 '한국의 서원' 9곳 가운데 하나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이어 2020년에는 퇴계 이황이 직접 거처하며 학문을 닦고 제자를 가르쳤던 도산서당과 제자들이 공부하던 농운정사가 보물로 지정되면서, 도산서원이 지닌 건축적·역사적 가치도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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