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연방 하원 다수당 탈환이 예상되는 가운데 대통령의 법안 거부권(veto)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고 민주당과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밝히면서도, 자신에게는 의회가 통과시킨 법안을 막을 강력한 권한이 남아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당일인 3일(현지시간) CBS방송 인터뷰에서 "나는 궁극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 그것은 거부권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더라도 거부권을 반복적으로 행사하면 결국 민주당이 협상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어 4일 오후 1시 40분쯤(한국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흰색 글씨로 'VETO(거부권)'라고 적힌 빨간색 모자 사진을 별다른 설명 없이 게시하기도 했다. 거부권을 거듭 강조해 온 기존 발언과 맞물려, 민주당의 하원 다수당 탈환 전망에도 자신의 권한을 적극 행사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미스터 거부권" 자처…민주당과 협력도 압박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10월 23일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협상을 끌어내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11월 1일 공개된 인터뷰에서는 자신이 "미스터 거부권(Mr. Veto)"이 되겠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이후 뉴욕타임스(NYT)에도 선거 결과를 수용하고 민주당과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거부권을 반복적으로 거론한 점을 고려하면 그가 구상하는 협력은 민주당의 정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대통령의 권한을 활용해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려는 방식에 가까워 보인다.
민주당의 하원 다수당 탈환을 인정하더라도 국정운영의 주도권까지 넘겨주지는 않겠다는 구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민주당 244석 전망…거부권 뒤집으려면 290석 필요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은 연방의회가 통과시킨 법안의 시행을 막을 수 있는 헌법상 권한이다.
의회가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려면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출석·투표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전체 의원이 표결에 참여한다고 가정하면 하원에서는 435명 중 290명, 상원에서는 100명 중 67명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앞서 NBC방송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244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했다. 과반인 218석을 크게 웃도는 규모지만,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290석에는 46석이 부족하다.
따라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더라도 공화당 의원들의 협조 없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을 뒤집기 어려운 구조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전부터 거부권을 거듭 강조한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거부권은 방패일 뿐…민주당도 의회 권한으로 견제 가능
다만 대통령의 거부권이 모든 정치적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만능 수단은 아니다.
거부권은 의회를 통과한 법안을 막는 권한이지 대통령이 원하는 법안을 강제로 통과시키는 권한은 아니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법안 심사와 예산 편성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추진을 견제할 수 있으며, 청문회와 행정부 조사 등 의회 고유의 권한도 행사할 수 있다.
특히 예산안을 둘러싼 대립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반복적으로 행사할 경우 연방정부 셧다운 등 정치적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과 별개로 거부권을 앞세워 민주당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구상을 드러낸 셈이다. 민주당이 하원을 확보하더라도 백악관과 의회의 힘겨루기는 이제부터 본격화할 수 있다.

































댓글 많은 뉴스
李대통령 "고속도로 휴게소 카르텔 반드시 청산"…경기지사 때 '계곡 식당' 정비 재현할까?
"평생 냈는데" 국민연금 '60만원'도 못받는 66%…실제 수령액 보니
李대통령 "서울 주요지역 집값 놀라울 정도로 떨어져…폭락 걱정까지 나와"
李가 띄운 '다문화 우대' 논쟁에 귀화 정치인 아이수루가 꺼낸 '파독 광부·간호사'
[전투력 없는 TK의원들] '국가주도 vs 공자기금'…TK정치권 여전히 한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