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은 한국인의 주사이다. 수천년이란 긴 세월동안 쌀은 한국인의 민족적 동질성과 문화적 일체성을 계승 발전시켜 온 유일무이한 원동력이라고도 할수있다. 바로 이러한 쌀이 한해가 저무는 시점에서 그것도 불과 보름밖에 남지않은 순간에 거칠고도 사나운 태평양파도에 휩쓸려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조상 대대로 이어져온 농자천하지대본과 신토부이라는 삶의 방식과 철학이세계2차대전 종료후 국제무역질서를 규제하기 위해 서구세력에 의해 만들어진 가트(GATT)의 우루과이라운드(UR)라는 그네들의 방식으로 압살당할 현실에놓여있는 것이다. 거기에다 때마침 정부의 추곡수매문제와 맞물려진 상태에서 쌀은 내외의 협공을 동시에 받고 있는 샌드위치 꼴이 된 셈이다. 이처럼쌀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된 마당에도 아직 정부와 국회는 물론이고 생산자와 소비자간에도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것인가? 아침에 씨앗을 뿌려 저녁에 그 열매를 따먹으려는 한국적인 근시안에서 벗어나 먼 훗날까지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쌀시장 개방과 국민복지를 교량해볼 필요가 있다.어떤 정부의 정책이든 정부가 행동을 취하면 사회구성원중에서 국민복지와소득분배상 얻는자가 있는 반면에 또한 잃는자도 반드시 생겨나게 마련이다.20세기말 한국이 주식량인 쌀을 개방하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었던 19세기 전반기 영국의 주식량인 밀시장 개방문제를 생각해 보자. 당시 영국은 본격적인산업혁명의 단계에 돌입하여 바야흐로 빅토리아 황금기를 만들어 갈 시점이었다.
당시 산업혁명을 담당한 역군은 두말할 것도 없이 자본가와 노동자였던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노동자들에게 있어서는 열악한 임금으로 식생활을 해결해 나갈수 없는 실정이었다. 산업혁명의 성공적 추진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이 바로 곡물법(Corn Laws)이었던 것이다.
곡물법은 영국인의 주식량인 밀의 수입을 완전히 봉쇄함으로써 곡물가가 천정부지로 폭등하여 노동자의 재생산력조차 위협하고 있었다. 그럼으로 해서결과적으로 곡물생산권을 장악하고 있던 지주계급에게만 엄청난 폭리를 안겨주게 되어 있었다. 이러한 사회적 모순을 가장 먼저 간파한 위대한 사상가요개혁적 정치가였던 정치경제학자 리카르도로는 곡물법을 폐지하여 밀의 수입을 자유화함으로써 노동자의 식생활을 안정시키고 나아가 산업혁명의 안정적성공을 보장받는 길을 제시한 것이다. 밀의 수입이 개방됨으로써 값싼 식비와 저임으로 노동자와 자본가는 복지분배량 즉 소득분배량에서 엄청난 얻는자가 된 반면 지주계급은 잃는자가 된 것이다. 그러나 얻는자의 얻은 양이 잃은자의 잃은 양보다 훨씬 컸었다는 사실은 국제경쟁에서 승리한 영국이 세계의강국으로 등장한 역사가 잘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한 나라의 운명을 가름하는 중대한 일에는 이와같은 역사적 혜안의 잣대가 필요하다.우리 국민들은 금년 김영삼 정부가 출범했을때 주권자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 30여년만의 문민정부가 정통성을 갖추고 과거의 군사정부와는 달리 도덕성을 확립하고자 단행한 개혁작업에 많은 기대를 가졌었다. 정치권력의 도덕성이 그 진면목을 발휘할때는 다름아닌 국난의 위기를 어떻게 대처해 나가느냐하는데에 있다고 할수 있다. 이제 우리의 안방이나 다름없는 쌀시장까지 내주어야 하는 절박한 순간에 과연 정부의 도덕성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태평양시대 국제화의 요체는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안에 있는 것이며 개방화의진정한 방식은 바로 우리가 우리의 것을 지켜 나가는데 있을 것이다. 먼저 정부의 태도를 보자. 쌀시장 개방이라는 중차대한 위기를 앞두고 도대체 현 정부가 지혜로운 대응 정책이 있는지 의심이 간다. 대통령부터 책임자인 농림수산부장관까지 한결같이 쌀시장 개방 절대불가라는 소리만 하고 있으니 답답하기 한이 없는 것이다. 현정부의 각료중 환경처, 교육부및 보사부장관의 수준이 소문이 난건 주지하는 바이고 거기에다 농림수산부장관이 국회에 출석하여쌀시장은 절대 개방하지 않는다고 국민을 우롱이나 하고 있으니 누구를 믿어야 한단 말인가. 정부는 언제나 국민에게 솔직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적합의를 얻고자 노력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쌀시장 개방으로 얻는 자가 누구이며 잃는 자가 누구인지 분석하고 소득이익분과 소득상실분을 조사 비교하여 단기적인 소득보상정책과 장기적인 농업구조정책을 모색해야 한다. 아울러생산자의 자구노력과 함께 소비자들도 쌀시장 개방에 대비하여 대대적인 소비자주권운동을 조직적으로 전개할 자세를 갖추어 나가야 할 것이다.또한 정부와 생산자및 소비자가 다같이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을 하여야 한다.그것은 다름아닌 쌀시장 개방 불가피라는 수동적이고 패배적인 사고가 아닌개방을 하더라도 우리 쌀을 지켜나가겠다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쌀시장 개방이 현실이라면 우리쌀을 지키는 것은 미래의 우리 안보를 보장받는 가장 확실한 길인 것이다. 우리쌀은 우리 안보상의 최선의 무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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