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전인격체 형성을 추구해야 할 일선고교가 대학진학이라는 눈앞의실적에만 급급, 정규수업시간수를 무시한채 국.영.수 과목에 치중된 수업을진행하는등 심각한 교육왜곡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특히 95학년도 대입시에서 본고사를 치르는 대학이 47개 대학으로 늘어나고시험과목도 대부분 국.영.수를 채택함에 따라 이같은 파행교육은 더욱 심화될 것이 분명하다.
교육부의 단속으로 국공립고는 그리 심각하지 않으나 서울, 부산등 대도시지역 일부 사립고의 경우 교육부가 규정한 과목별 교과시간 배정표를 무시한 채1학년 때부터 음악, 미술, 실업, 가정, 체육등의 수업단위를 줄여 국.영.수과목 수업으로 전용하는 사례가 일반화돼 있다.
올 대학입시에서 서울대, 연대, 고대등 명문대학에 많은 합격자를 내 신흥명문고로 부상한 서울의 한 고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학부모와 학생들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국.영.수의 수업비중을 크게 늘렸다.음악, 미술, 체육등 수학능력시험이나 본고사와 거의 관계없는 과목은 1학년때 내신성적을 산출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진행하고 2, 3학년때는 각각 1시간으로 줄여 국.영.수시간으로 대체키로 한 것이다.
이 학교외에도 많은 사립고가 교육당국의 단속을 의식, 시간표상으로는 교과시간 배정표를 준수하는 것처럼 편성해 놓고도 고3생들에게 주당 33시간의 정규수업시간중 비중요과목시간을 국.영.수 자습시간으로 활용하거나 아예 없애국.영.수과목 교사가 들어와 수업을 진행하는등 편법을 쓰고 있다.국.영.수 편중현상은 보충수업으로 더욱 심화된다. 학생들의 부족한 학력을보충하기 위해 희망자에 한해 실시하는 보충수업은 오로지 입시를 위한 국.영.수 훈련장이 돼버렸다.
그동한 주당 5-10시간씩 학급단위 보충수업을 해온 일선 고교는 벌써부터 국.영.수만을 집중적으로 지도할 대학별 본고사 대책반 편성에 나서고 있다.또한 입시에서 국.영.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자 중위권 학생들을 기준으로 진행되고 있는 학교수업보다는 실력에 맞는 개별지도를 선호하는 학생들이크게 증가, 사설입시학원이나 그룹과외가 인기를 끌고 있다.특히 부유층이 집중된 서울 강남지역등에서는 유명학원 강사등을 초빙, 국.영.수 한과목당 2백만-3백만원씩이나 하는 개별고액과외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 강남 C고의 낌모교사(43)는 [학력고사로 입시를 치르던 때는 상위권 학생들이 과외보다는 스스로 공부하는 경향이 높았으나 새 대입제도에 따라 본고사 실시대학이 늘면서 과외를 받는 학생수가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김교사는 또 [올해는 특히 1, 2학년때부터 국.영.수의 기초를 튼튼히 해놓지않으면 안된다는 의식이 확산되면서 한 반에서 40명가량의 학생이 과외교습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일선 교육현장에서 심각한 교육부재 현상이 빚어지자 한국교총등 교육단체및 일선교사들은 대학 진학에만 급급해있는 파행적 교육풍토의 개선노력과 함께 지나칠 정도로 국.영.수에 치우쳐 있는 우리나라의 현행 입시제도는 물론 고교 교과과정 전반에 걸친 정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첫 실시된 대학수학능력시험도 2개이상의 과목을 알아야만 풀 수 있는 통합교과적인 내용을 평가하겠다는 교육당국의 당초 취지와는 달리 기존의국어가 언어능력으로, 수학이 수리탐구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국.영.수 편중현상을 오히려 심화시켰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 S고 진학담당 박모교사(47)는 [지난해 국립교육평가원에서 실시한 7차례의 모의고사와 2차례의 수학능력시험문제를 분석한 결과, 통합교과적인 문항수는 전체의 10%정도 밖에 안됐으며 국.영.수 출제비중은 65%정도에 달해기존 학력고사의 59.4%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일선교사들은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국.영.수 편중현상을 더욱 악화시키는가장 큰 원인으로 각 대학의 본고사를 들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 인문계열이나 자연계열 모두 이들 과목을 필수과목에 포함시킴으로써 이 과목들이 당락을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95학년도 대입시요강을지난 19일 발표했다.
전례로 볼때 아직 구체적인 입시요강을 발표하지 않은 다른 대학들도 대부분서울대의 경우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돼 고교교육은 필연적으로 이같은 추세를 반영할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국.영.수의 편식을 제도화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교육및 입시제도는{국.영.수만 잘하면 된다}는 의식을 형성, 학교를 국.영.수의 강습장화하고과열과외를 조장하는 등 또다른 부작용을 낳는 불균형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있는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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