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타인의 시간(51)

언니 애인은 넉살도 좋았다. 말썽꾸러기였던 고등학교 시절의 얘기를 해주며시종 우리를 웃음의 요지경 속으로 이끌었다. 짝사랑하던 여학생의 꽁무니를정신없이 따라가다가 전봇대에 받힌 얘기며 연애 편지가 잘못 전달되어 엉뚱한 여학생이 나와 도망치다가 하수도에 빠진 얘기며...를 할 때는 우리는 비프스테이크를 먹다가 자지러지게 웃었다. {솔베이지의 노래}와 {유모레스크}그리고 케텔비의 {페르샤의 시장에서}가 있어 더욱 흥겨웠던 자리. 우리는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그의 이미지가 더욱 도두뵈는 순간이었다.[형부, 잘 먹었어요]레스토랑 앞에서 헤어질 때, 전에는 애써 피해 왔던 {형부}라는 호칭까지 써가며 나는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 나의 말에, 그도 기분이 좋았던지손을 번쩍 들고 넉넉히 웃으며 말했다.

[종종 놀러 와. 다음에는 더 좋은 걸 사주지]

[매일 와도 되죠?]

[그럼. 하루에 두 번 오면 더 좋고]

은유에게 형부될 사람의 이미지를 좋게 심어 주어 나는 한결 기분이 상쾌했다. 우리는 다시 눈길을 타박타박 걷기 시작했다. 당초엔 얼마쯤 걷다가 버스를 탈 심산이었지만 알맞추 배도 부르고 부신 눈이 좋아 우리는 내처 걸었다.어느 순간, 은유가 승희언니 결혼식 때 자신이 웨딩마치를 쳐 주면 안 되겠느냐고 제의했고, 나는 마치 내게 그런 재량권이라도 있는 것처럼 쾌히 승낙해 주며 말갛게 웃었다.

[지금부터 약 삼백 년 전에, 인도양 모리셔스라는 섬에 도도란 새가 살았어.너 혹시 그 새에 관해 들어 봤니? 숏다리에 부리가 턱없이 크고 가슴과 꽁지는 희고 몸깃은 온통 잿빛이야. 회백색의 날개가 있지만 길이가 너무 짧아날지 못하는 불행한 새야. 17세기 말엽에 인간들의 남획으로 멸종되고 말았지만 내 가슴속의 모리셔스에선 아직도 그 도도가 서럽게 살아 있단다. 난 언젠가 꼭 그 도도에게 찬란한 날개를 달아 주고 싶어. 무슨 빛깔이면 좋겠니?]내가 처음으로 은유에게 도도에 관한 얘기를 들려준 건 그 눈길 위에서였다.잠자코 내 얘기를 다 듣고 난 은유가 천연한 얼굴로 말했다.[비유티풀 덩 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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