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은 세계에서 마지막 냉전지대로 남아있는 한반도의 향후 정세를 가늠하는 두건의 커다란 대사건이 있었다.그 하나가 지난 7월9일 급박하게 타전되어 들어온 {북한의 영원한 수령} 김일성사망소식이며 또다른 하나는 93년3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이후 1년7개월을 끌어오던 북한핵문제가 지난 10월21일 북-미 3단계회담을 통해포괄적 해결의 국면으로 접어든 일이다.
그러나 김일성사망이라는 전세계적뉴스는 그가 죽고나면 그의 왕국이던 북한사회도 한꺼번에 붕괴될것이라는 일반의 순진한 기대와는 달리 아직까지는 북한 내부의 별다른 동요를 보여주지 못한채 {상상적 변수}로만 작용하고 있는상황인 반면 그동안 한반도및 동북아지역 평화와 안정에 가장 큰 위협이 되어왔던 북한 핵문제에 있어 해법이 제시된 북미간 합의는 북한 핵위협제거라는 차원을 뛰어넘어 정부의 대북정책근간과 한반도 주변 외교정책에 있어 엄청난 파급효과를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북미합의를 전체적으로 평가해볼때 북한은 핵개발동결에 따른 경제적이익을확보하고 대미관계개선을 가시화하는 한편 사용후 연료봉의 건식보관기간및과거핵규명시한의 연장을 통해 향후 협상카드를 계속 보유하게 됐다. 그리고미국은 북한의 NPT완전복귀와 과거핵 투명성보장을 위한 근거를 확보함으로써 NPT체제연장을 위한 국제적입지강화라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게됐다.한편 우리는 북한의 IAEA특별사찰을 수용, 경수로지원에 한국의 중심적 참여,남북대화재개의 토대마련등을 통해 한반도 긴장완화와 동시에 남북관계개선진전을 위한 계기를 마련했다. 그동안 핵위주외교정책에서 보다 홀가분한 외교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한 것도 성과다.
그러나 이같은 평가와는 별도로 한반도정세와 관련해서 주목해야할 점은 견원지간이었던 미국과 북한이 문제해결을 위해 테이블을 같이했고 대화를 통해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이다. 즉 양측이 이행과정에서 수정은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인 관계설정을 위한 궤도에 일단 진입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한국전쟁이후 서로 {예측 불가능한 테러집단} {악랄한 제국주의원수}등의 극언으로 일관했던 그들이 반세기에 걸친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합의를 도출했다는것은 한반도 탈냉전을 촉진시키는 상당한 충격파를 던져주었다.이과정에서 눈여겨봐야할 것은 한반도 질서재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이 어떤 기조에서 진행되는가하는 것이다. 21세기를 앞두고 핵심경제권으로 부각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눈길을 돌리지 않을수없으며 이에 미국으로서는 역내안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가장 불안정한 지역인 한반도 및 동북아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는듯하다.
또한 미국은 이지역에서 지배권을 계속 유지하는데 최대 위협요인이 중국의패권주의팽창과 경제대국인 일본의 정치, 군사대국화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것으로 파악된다. 나아가 심각한 경제난에 봉착한 북한체제가 무너지고 남한이 북한을 흡수통일할 경우 통일한국의 등장을 미국은 경계하고 있으며 특히통일한국이 중국의 영향권에 들어가는 것은 더욱 수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점이다.
당장은 견제와 균형을 통해 남북분단을 평화적으로 관리하면서 한반도에서자국의 지배권이 확고히 다져졌다고 판단할때쯤 남북통일을 추인할 가능성이현재로선 가장 높은 셈이다.
이와함께 간과할수 없는 것이 일본이란 존재다. 북미관계개선은 북한과 일본의 관계개선에도 자연 탄력을 부여한다. 북미합의는 그동안 한국, 미국과 함께 이른바 북한에 대해 3각협력체제의 한축이었던 일본에 가장먼저 그 효력을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북한으로서는 경제회생을 위해 일본의 돈이 필요하며 일본으로서도 북한이미국의 독점적 영향권에 놓이고 중국이 한중수교이후 남북한 모두에 영향력을높여 나가는 상황을 방관할 수만은 없기때문이다.
중국도 속셈은 다르지만 일단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바라고 있다. 중국역시현재의 남북분단상태가 평화적으로 지속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결국 핵문제해결과 함께 향후 탈냉전시대의 한반도와 동북아 질서재편방향이담겨있는 북미합의는 남북한 모두가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위상을 점검해보고 현실을 직시하며 결국 남북한 당사자간 해결의 폭을 넓혀나가는 것이 모두의 이익극대화에 궁극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냉정한 판단이 긴요한 시점에 서있음을 또다시 반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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