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사평-양극적대상 변증에 큰 가능성

한 차례 걸러서 내게 넘겨진 작품은 8편, 그중에도 네편이 주목되었다.황선열의 '황지우 시의 실험성에 대한 비판적 성찰'은 80년대의 황지우시인이 우리의 전통적 모더니즘 중 무엇을 수용하고 무엇을 거부했는가를 분석하고 있는데, 필자는 이상과 황지우의 연계성을 밝히는 점에서는 예리했지만,오늘의 정황에서 황지우가 이상등과 어디에서 갈라지고 무엇에서 자신의 시적 독자성을 쌓아갔는지에 대해서는 충실하게 검토하지 않고있다.대구출신의 젊은 작가 장정일에 대한 두편의 글은 정독할만 했다. 신기훈의'위증이 껴안은 진실성의 미로'는 최근작인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를 중심으로 한 장정일의 작품들에서 특히 그것의 성적 이미지를 검토하고 있는데,그 접근이 다분히 현학적인 만큼 읽기가 까다롭다.그래서 나로서는, 같은 장정일론이지만 비평문으로서는 드물게 경이체로 씌어지고 문장도 부드러운 김희석의 '가짜낙원을 향한 꿈꾸기와 그 통과 제의적 욕망의 끝간데'에 더 호감이 갔다. 이 작품은 장정일의 대표작인 '아담이눈뜰 때'의 주제를 추적하여 우리 사회의 병적인 증상들이 어떻게 장정일에의해 폭로되고 있는가를 천착하고 있는데 이 필자는 날카롭게도, 장정일이이 가짜 낙원에의 환상을 폭로하면서 그 스스로 이 환상의 확대에 기여하고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이 글은 '반성적인' 작품 읽기의 좋은 예가될수 있는데, 그럼에도 작품 자체가 반성하는가 그것을 읽는 독자가 반성하게 되는가의 미묘한 차이를 밝힘으로써 '아담이 눈뜰 때'의 성과가 보다 분명히 드러났더라면 하는 바람이 생겨났다.

당선작으로 뽑은 손진은의 '비움-그 적멸과 신생의 공간'은 젊은 시인 김기택의 시창작의 비밀을 섬세하게 해명하는 매우 성과있는 글이다. 아마도 이응모자 역시도 시인이 아닐까 싶은 느낌을 주도록, 이 글은 한 시인의 글쓰기를 현상학적으로 정밀하게, 그러면서도 따뜻한 이해와 적극적인 평가의 시선으로 해부하고 있는데, 김기택 시에서 특이한 드라마로 나타나는 비움과채움, 적멸과 신생의 양극적인 것들의 변증에서 우리 시의 두줄기 흐름을 지양할 가능성을 기대해보는 것은, 어쩌면 성급한 것일지는 모르지만 시도해봄직한 방향일 지도 모른다. 필자는 이 점에서 신선한 발상을 열고 있는 것이다.

당선이란 영예가 반드시 절대적인 평가에 의한 것이 아닐수도 있다면 낙선의고배 역시 불운에 의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다는 것은, 응모자 모두에게 다음의 행운을 위해 다시 노력해볼 것을 권하는 것이기도 하고 당선자에게 앞으로의 글쓰기에 더욱 탁마의 노고를 당부하는 말이기도 하다.김병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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