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바둑산책-바둑문화상

93년도에는 유창혁 뉴단이 이창호 뉴단(당시)을 제치고 MVP에 선정되었다.물론 국내 제일인자의 자리는 이창호가 차지하고 있었지만 유창혁의 {후지쓰(부사통)배}우승을 높이 산 것이었다.이에 대해서는 반론이 만만치 않았다. 당대의 사람들이야 이창호를 제치고유창혁이 그랑프리를 수상한 사정을 이해도 하고 수긍도 하겠지만 후대의 사람들이 이 기록을 본다면 93년도의 한국바둑계 제일인자는 유창혁이었구나 하고 오해할 소지가 있지 않느냐는 얘기이다. 빨리 MVP와 MIP를 구분해 개념정립을 해야한다고 그들은 주장했다. 그러나 그 주장은 타당성이 인정되면서도아직 받아들여지지는 않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국제대회에 나가 올린 성적을 어떻게 {인사고과(?)}에 반영하느냐 하는 것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바둑대회는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열리는 (4년만에 열리는) {응씨배}대회이다. 우승상금 40만달러로 상금만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러나 4년마다 한번 열리는 대회이니 매년 열리는 대회로 하면 10만달러에 지나지 않는다는 계산도 나온다.10만달러라면 약8천만원, 1억이 좀 안되는 액수이다. 1억이 결코 가벼운 돈이 아니지만 또다른 국제대회인 일본{후지쓰배}나 우리나라의 {동양증권배}등은 우승상금이 1억은 가볍게 넘어서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빅3(기성 명인본인방)}만 해도 우승상금이 1억을 넘어선지 오래다.

그래서 일본은 갈등의 소지가 없다. 철저한 프로정신에 바탕해 우승상금이가장 많은 타이틀이 서열1위이고, 타이틀의 숫자와는 관계없이 서열1위의 타이틀을 갖고 있는 기사가 일인자의 대접을 받는다. 국내기전이냐, 국제기전이냐 하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통틀어 상금액수에 따라 순위를 정하고 거기에 대입을 하면 그만인 것이다. 요미우리 신문이 주최하는 기성전의 우승상금이 3천5백만엔에 달하니 국내외를 가릴 것 없이 랭킹1위이다.기전서열의 문제도 오래전부터 거론되어 온 해묵은 숙제 가운데 하나인데,그것도 우리는 아직 해답을 못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서열을 정하는 일에 어려움이 없지 않다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언제까지방치할 수는 없다. MVP와 MIP의 구분, 기전 서열등이 정립되지 않는한, 그에따른 각종 기록이란 것도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본은 바둑역사가 길고 우리는 짧으니 그런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인가. 세월이 간다고 역사가 쌓이는 것은 아니다. 시간만 흐른다고전통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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