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도시의 푸른나무(21)

고물장수는 나를 데리고 나룻배를 탔다. 그는 사공인 장노인에게 나를 두고말했다."얘 할머니가 장에서 신발을 사준대요. 문수를 몰라 애를 데리고 나오라지뭐예요. 자장면도 사먹일 거라면서"나는 훌쩍거리고만 있었다. 그 시절만도나는 정말 바보였다. 산골 사람 말처럼, 말수 적은 착한 애였다. 아버지가살았을 적이었다. 아버지가 산골 사람들에게 말했다.

"물론 지각이 들 나이부터 사람은 배워야지요. 교육을 받아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자기 전공 분야를 결정할 수가 있으니깐요

현대 사회는 직업이 다원화되었고 세분화되었습니다. 그러나 교육이 만능은아닙니다. 여기 산골만 해도 체계적인 교육은 전혀 받지 않은 사람이 많지않습니까. 그래도 자연 속에서, 자연에게 주고 자연으로부터 받으며 넉넉한마음으로 살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 시우도 저는 그렇게 살게 할 겁니다. 한때는 억장이 무너졌지만, 시우의 삶에 새 길을 발견했거던요. 그 길이 더 인간다운 길일는지도 모릅니다"

아버지는 내가 산골에 살기를 원했다. 고물장수는 여량에서 할머니를 찾지않았다. 나를 앞세워 서둘러 버스를 탔다. 정선으로 나오자 버스에서 내려역으로 갔다. 기차를 탔다. 어느역에 내려 다시 버스를 탔다. 나는 울 힘도없었다. 할머니가 보고 싶었다. 다시 기차를 탔을 때는 밤이었다. 그는 기차안에서 내게 김밥을 사주었다.

이튿날 새벽, 큰 역에 내렸다. 그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폐지더미, 폐차,비닐하우스가 많은 도시 변두리였다. 그는 드럼통과 플라스틱통들이 쌓여 있는 집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김사장, 얌전한 직공 하나 모셔왔어요" 고물장수가 집 주인에게 말했다.우락부락하게 생긴 사내가 내 나이를 물었다. 나는 가만 있었다. "열여닐곱쯤 될 것 같은데…"하고 고물장수가 말했다. "이런 애들은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법이지"하고 사장이 말했다. 사장이 고물장수에게 돈을 건네주었다."당신 낚시질 솜씨는 알아줘야 해"하고 사장이 고물장수에게 말했다. 사장은 나를 데리고 지하실로 내려갔다. 이상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컴컴한 지하실이었다. 한참 살펴보니 지하실 안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나 또래, 더어린 소년 여럿이 있었다. 눈이 따갑고,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그들은 꼼지락거리며 무슨 일인가 하고 있었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날부터 나는 그 집 지하실에서 일했다. 슬리퍼 밑창을 접착제로 붙이는 일이었다. 우리 멍청이들은 말없이, 돼지처럼 살았다. 지하실에서 먹고잠을 잤다. 똥 오줌도 지하실 안에서 쌌다. 감독 조씨가 줄곧 우리를 감시했다. 반찬은 늘 김치나 단무지 한가지 뿐이었다. 어떤 때 우리는 온도계 만드는 일도 했다. 나는 그곳에 오래 갇혀 살았다. 날수가 어떻게 지나가는 지도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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