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민간자선단체인 '국제선명회'측이 북한에 20만~30만t의 양곡을 기증키로 북측과 합의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정부측 태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정부는 대북 양곡 기증은 국제 민간단체가 중심이 돼 非상업적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즉각적인 입장정리에 고심하고 있는 모습이다.통일원이 6일 오후 내내 김덕부총리 주재로 관계 실·국장 회의를 가진 것만봐도 정부의 고민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더욱이 장시간 회의에도 불구하고 통일원이 딱부러진 입장을 내놓지 못하는것은 앞으로도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한 가부간 결정에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부는 이날 통일원 대변인 논평에서 알 수 있듯 신중함을 넘어 어정쩡한 입장이다.
김경웅대변인은 "군량미로 쓰여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이 문제를 조건부로 다룰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이와함께 통일원은 논평에서 "북한주민들에게 틀림없이 전달된다는 투명성만 보장된다면 인도적 차원에서 반대하지 않는다는게 정부의 원칙적인 입장"이라며 지극히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이는 다시말해 북한에 제공되는 양곡이 군량미로 쓰여지지 않는다는 보장이없을 경우에는 이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 확대해석이 가능하다.
정부가 이처럼 고심하는 데는 무엇보다 이번 양곡기증이 정치성이 배제된 인도적 차원의 문제라는 데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선명회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측에 동포애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어 섣불리 정부가 나서 왈가왈부하기에는 곤란한 처지라는것.
또한 단순한 물자 교역이 아니라 비상업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인데다 북측도 이에 상응한 조치로 샘물·광석등을 제공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정부가쉽게 입장정리를 못하고 있다는 것.
특히 이번에 제공될 양곡만도 20만~30만t으로 돈으로 환산하면 5백억원어치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으로 보인다.그간 북한측에 쌀이 반출된 예는 지난 90년 7월과 91년 7월 두차례뿐이었다.지난 90년 4월 한국기독교 총연합회의 사랑의 쌀나누기 운동본부가 재미 한인목사를 통해 대북 쌀지원을 추진, 그해 7월 8백t(1만가마)의 쌀이 북측에반출된 것이 첫번째였다.
또 이듬해인 91년 북한은 상업적 차원에서 쌀구입을 타진, '사랑의 쌀운동'실무책임자였던 유상열 천지무역상사회장이 재미실업가 박경윤회장과 쌀.시멘트의 물물교역에 합의함으로써 7월 1차분 5천t이 반출된 예가 두번째이자 마지막이었다.
당시 미국도정업자들이 국제식량기구의 규정을 들어 이에 항의하면서 북한도시멘트등 1차분에 대한 대응물자를 보내지 않으면서 거래가 단절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동안 중단돼 온 쌀거래가 또다시 인도적 차원에서 교계를 중심으로활발히 추진되자 정부는 말못할 고민에 시달리고 있는 것.
통일원 관계자는 "사실 지난해말 북한측과 선명회측이 북경에서 이 문제에관한 합의서를 교환했다는 보고는 받았다"고 말해 지금까지 속앓이만 해왔음을 시사했다.
통일원측은 "이 문제에 관해 선명회측으로부터 공식적인 협의나 요청이 들어오면 그때 가서 구체적인 세부절차나 법적인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히고 있을 뿐이다.
당국간 대화를 주도함으로써 대북 접근의 보폭을 조절해 온 정부가 민간주도의 새로운 교역활성화 움직임에 주도권을 뺏긴 채 적절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날 정부가 군량미로 전용될 수도 있음을 우려한대목에서 알수 있듯 이 문제가 본격적인 추진단계에 접어들더라도 마땅한 대응태도를 마련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상 북측이 이 쌀을 군량미로 전용하는지 여부를 검증하기는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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