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아침이다. 나는 쓰레기봉지를 밖으로 내간다. 꽃배달 차가 꽃집 앞에서 있다. 며칠씩만에 오는 차다. 꽃배달 차는 주문한 갖가지 꽃을 배달해준다. 싱싱한 꽃다발과 화분이 미화꽃집으로 들어간다. 배달원이 개나리를 한다발 안고 나른다. 싹을 막 피우려는 줄기이다. 개나리 줄기 하나가 떨어진다. 나는 그 줄기를 줍는다. 줄기에는 부푼 곁눈이 촘촘하게 매달려 있다.주방 한켠에 놓아둔다. 두 밤쯤 자고나면 노란꽃이 필 터이다. 식물의 눈은신비롭다. -사람의 눈은 사물을 보는데 쓰이지. 눈이 있으므로 이 세상과 우주를 보는거야. 사람에게 눈이 없다면, 아무것도 볼수가 없어. 이세상이 암흑천지야. 옛말에, 사람의 바깥 기관을 10으로 치면 눈이 9를 차지한다 했어. 그만큼 눈이 중요한게지. 식물에도 눈이 있어. 시우야. 시애야, 요 봉오리가 바로 눈이야. 사람눈만큼 중요한 구실을 하지. 식물의 눈은 사람처럼뭘 볼수는 없지만, 계절의 변화를 빨리 알아내지. 봄.여름.가을.겨울을 정확히 맞춰내거던. 식물의 눈은 세가지로 구분해. 생기는 시기에 따라 겨울눈과여름눈이 있어. 겨울눈은 여름과 가을에 생겨 이듬해 봄에 피는 눈이야. 여름눈은 봄과 여름에 생겨 그 해에 싹이 트는 눈이고, 생기는 위치에 따라 가지끝에 붙는 눈을 끝눈, 가지곁에 붙는 눈을 곁눈이라 하지. 시우야, 이건꽃눈이야. 성질에 따라 눈을 구별하자면, 잎눈은 갸름하고 길지. 꽃눈은 둥글고 커. 시애야. 이 식물의 눈에서 뭐가 나오지? 아버지가 물었다. 나는 가만 있었다. 싹, 하고 시애가 대답했다. 그래, 맞아. 싹이야. 여기서 싹이 나와 꽃이 되고 이파리가 되는 거야. 이건 오리나무의 꽃눈이야. 오리나무는영춘목(영춘목)이라해. 오리나무에 꽃이 피면, 아, 이제 봄이 왔구나 하고들말하지.정말 봄이 오고 있다. 지금쯤 산골에는 땅이 풀렸을 터이다. 땅이 풀리면 흙이 부드러워진다. 부드러운 흙을 뚫고 싹이 나온다. 온갖 나무의 눈들이 싹을 틔운다. 잎눈은 잎이 되고 꽃눈은 꽃이 된다. 식물의 눈은 사람처럼 보지못한다. 보지 못하는 대신 쏘옥 싹을 내민다. 그 눈은 자기가 세상 밖으로나올때를 용케 안다.
물컵의 개나리가 싹을 틔운다. 노란 싹이 꽃이파리가 된다. 일요일 저녁 무렵이다. 인희엄마와 나는 대파를 다듬고 있다. 흙 묻은 파껍질을 벗겨낸다.시든 잎과 줄기를 뜯어 낸다.
식당문이 열린다. 나는 손등으로 눈을 부빈다.
"오늘은 장사 안합니다"
돌아앉은 인희엄마가 돌아보지도 않고 말한다. 검정 점퍼 차림의 노경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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