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대못미친 '개혁드라이브'---정치분야

지난 2년동안 정치부문의 개혁작업은 어떤 부문보다도 강도높게 진행돼 왔다.김영삼대통령은 '깨끗한 정치'와 '정치판물갈이'에 초점을 맞춰 정치개혁을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취임초 "단 한푼의 정치자금도 받지 않겠다"는 선언을 실천함으로써 고질적인 정경유착의 고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사정작업과 재산공개, 금융실명제 단행으로 공직사회의 썩은 부위에 대한 외과적 처방에는 일단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지난해 3월 여야합의로 만들어진 통합선거법 정치자금법 지방자치법등을 골격으로 한 정치개혁법안은 우리 정치사에 일대 획을 그은 큰 성과라 할 수있다.

김대통령은 특히 '새로운 정치'라는 기치아래 정치판 물갈이를 쉼없이 추진해왔다.

'3김시대'를 마감하고 세대교체를 통해 정치에 일대 혁신을 몰고 오겠다는의도라 할 수 있다.

지난 2년동안 김대통령은 민자당 전체 지구당의 30%선인 70여지구당의 위원장을 교체한 것도 그 일환이다.

지난7일 전당대회에서는 끝내 김종필대표를 몰아냈고 자신의 최측근중의 한명이며 젊은 실세인 김덕룡의원을 사무총장에 앉힘으로써 이를 가시화해 가고 있다.

또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행정개혁이다.

김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행정혁명이라 할 수 있는 중앙정부 조직개편을 전격적으로 단행, 정부의 효율성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렇듯 문민정부 2년은 정치분야에 있어 과거의 정치형태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같은 긍정적인 평가의 그늘 또한 적지 않았다. 김대통령이 가장 소리높여 외쳤던 정치개혁은 껍데기만 변화했을뿐 속을 들여다 보면 변한 것이별로 없다는 국민의 시각도 만만찮다.

대통령의 의지에 정치주체들의 인식변화가 뒤따르지 못함에 따라 김대통령의외침은 공허한 메아리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 정치가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기는 커녕 오히려 적잖은 실망감만 주고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를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여야의 대립과 갈등도 여전히 되풀이 되고 있다.

여야 영수는 만났다하면 뒤탈이 생겼고 이 때문에 아예 영수간의 대화는 단절된지 오래다.

민자당이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예산안을 전무후무한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통과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권이 민생현안은 소홀히 하면서 지나치게 정치현안에만 매달리고 있다는것이 국민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다시말하면 가장 먼저 개혁되어야할 정치권이 덜 개혁됐다는 것이다.정치판 물갈이도 인위적인 개편을 서두른데 따른 부작용을 낳았으며 노골적인 'YS당화'에 치중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종필전대표를 퇴진시키는 과정에서 보여준 정치력의 미숙은 결국 지역분할이라는 역기능을 초래했다.

이는 김대통령이 들어선후 소위 'TK정서'라는 새로운 용어가 생겨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덧붙여 '인사가 망사'라는 비판을 받아온 인사정책 또한 여전히 무원칙인사, '내사람 챙기기'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2년새 총리가 네차례 바뀌는등 각료의 경질이 응급처방식으로 이뤄진 적이적지 않았다.

사정도 자신의 반대편에 섰던 사람과 특정지역에 편중됨으로써 표적·선별수사라는 형평성시비를 불렀으며 재산공개 또한 정치인의 제재수단으로 악용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공직사회에 대한 부정부패 척결작업에 이은 정부조직 개편도 메스후의 치유책 미비로 '복지부동'을 더욱 심화시켰다.

특히 올해는 4대 지방선거가 실시되는 선거의 해이기도 하다. 지방선거는 현재 민자당에서 행정구역개편문제를 들고 나오고 안기부 문건파동등이 겹쳐연기설이 증폭되고 있다. 야당에서는 여당의 지자제 개편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어 자칫하면 정국이 혼란상태에 빠져들 위험마저 있다. 지방화라는 시대조류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의 단호한 천명이 필요하다고 각계에서 지적하고 있다.

또한 선거가 우리 정치의 앞날을 가늠할수 있는 시금석이 될것임은 두말할필요가 없다.

공명하고도 한차원 높은 선거를 치르기 위한 정치권, 특히 김대통령의 의지야말로 김대통령이 부르짖어 온 정치개혁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할수 있다.이제 김대통령의 임기도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문민정부 출범2년이 된 오늘의 시점에서 김대통령에게는 다시한번 뒤를 되돌아 보는 자세가 필요하며정치개혁의 씨가 알찬 열매를 맺을수 있도록 해야 하는 일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남겨져 있다. 〈정택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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