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의 푸른나무(52)-제3장 강은 어디서 시작되나(4)

제3장 강은 어디서 시작되나몇며칠 뒤다. 아침 손님이 끝나면 연변댁이 식당으로 온다. 이제 네 식구가아침밥을 먹는다. 저녁, 술 손님이 끝날때면 연변댁은 식당을 떠난다. 시계를 보면 작은 바늘이 10시나 11사이에 있을 시간쯤이다. 그네는 부지런하다.늘 웃는 얼굴이다. 인사성이 밝다.

손님은 전보다 늘어났다. 점심시간때는 기다리는 손님도 많다. 기다리던 손님은 자리가 비면 얼른 앉는다. 저녁 술손님도 늘 만원이다. 나는 전보다 덜바쁘다. 연변댁이 주방일을 맡았다. 인희엄마의 짜증도 훨씬 줄었다. 나를두고 고함질도 따라 줄었다. 인희엄마가 한가해졌기 때문이다.퍼내고 담는 일은 연변댁이 맡는다. 인희엄마는 주방과 홀 사이에서 소반에다 음식을 담는다. 계산을 한다. 나르는 일은 내 몫이다. 내가 바쁠때면 인희엄마가 나르는 일도 한다. 낙골의 가스불은 반드시 인희엄마가 켠다. 인희엄마는 이제 앞치마를 입지 않는다. 물실크 블라우스에 조끼를 입는다. 감색블라우스에 연두색 우단 조끼다. 목걸이도 걸고 있다. 진주같은 방울 귀거리도 단다. 아침밥을 먹고 나면 화장도 공들여 토닥거린다. 그렇게 하고나면훨씬 젊어 보인다.

"가꿔 놓으니 인물이 났는데. 인희엄마도 기본 바탕은 있어"단골손님이 농담을 한다. 인희엄마는 가끔 외출도 한다. 아침 식사 시간과점심 시간 사이, 점심과 저녁 사이다. 핸드백을 들고 나간다. 그릇도 사오고수저도 사온다. 가스레인지도 한대 더 들여 놓는다.

"식당을 키웠으면 좋겠는데 장소가 나야지. 단골 두고 멀리 갈수도 없구"인희엄마가 더러 하는 말이다. 연변댁은 내게 말을 자주 건다. 나란히 서서설거지를 할적이 주로 그렇다.

"총각두 고향이 그립겠습네다. 나도 가족을 두고 와서 연변 생각이 많이 나요. 열심히 돈 모아서 고향에 가야지요. 연길로 이사 나와 애들 좋은 학교에보내구. 입식부엌에, 전화도 놓구"

-돈 모아서 온다더니 지아비가 죽어두 안와. 어디서 무슨 짓을 하는지. 시애고등학교에 보내겠다더니, 시애는 학교에 다니는지…깻단을 거두며 할머니가말했다. 어머니와 시애가 떠난뒤, 가을이었다. 편지가 왔다. 아버지가 편지를 읽었다. 서울 청량리 소인이 찍혔어. 아버지가 편지봉투를 보고 말했다.이튿날, 아버지는 집을 떠났다. 두 밤을 자고 아버지는 혼자 돌아왔다. 엄마와 인희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해 겨울, 아버지는 술만 마셨다. 이듬해 봄,아버지는 죽었다.

봄이 오고 있다. 낮이면 햇살이 따뜻하다. 연변댁이 내 이불의 겉감을 빨아준다. 이불과 요를 뒤꼍 햇볕에 널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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