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요칼럼-방만하고 무례한 우방

미국이 우리나라안에 소유하고 있는 땅을 비싼 값에 팔기위해 상업지구로 용도변경해 달라고 우리정부에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 지난주 뒤늦게 알려져우리국민들을 몹시 화나게 하고 있다. 우리정부를 얼마나 얕잡아 봤으면 이런 내정간섭같은 요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너무 콧대높은 양키

이에앞서 지난달 24일엔 미군당국이 미군범죄에 대해선 공개하지말라는 사실상 지휘문서같은 협조공문을 우리경찰에 보내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기도했다. 최근 늘어나는 미군범죄가 우리사회에 큰 문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처사이기 때문이다.

지난 45년8월 일제의 패전을 계기로 승전국으로서 우리나라에 대해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미국은 6.25를 치르는등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준 우방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는 나라지만, 반세기가 지나는동안 격변하는상황에도 불구하고 '콧대높은 양키'의 오만을 버리지못하고 무례를 일삼는국내 미국기관들의 행태는 더이상 그냥 볼 수 없는 것이다.이같은 양키의 오만과 무례로 지금 대구시민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 대구의교통체증을 완화하기 위해 대구시가 지금 건설하고 있는 앞산순환도로가 미군부대를 통과하는 고가차도건설에 미군당국이 온갖 무리한 조건을 내세우며협조를 하지않아 공정에 차질을 빚어 완공시기가 늦어져 교통체증으로 인한시민들의 불편이 장기간 더 계속될 전망이다.

**큰피해 본 대구시민**

지난 92년 4월부터 시작된 미군부대통과 고가차도건설문제는 대구시가 미군당국과 15차례나 공식협의를 하고 비공식협의도 수시로 가지면서 협조를 요구했지만 미군측은 2년이나 끌다가 지난해 3월에야 겨우 기본합의를 해주었다. 이후에도 미군측은 갖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며 착공을 지연시켜당초 올해안에 완공하려던 공사가 빨라도 내년6월까지는 계속될 형편이다.이처럼 시민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시설건설이 미군의 무리한 요구조건으로차질을 빚자 이 기회에 현재 대구시내에 있는 미군시설자체를 시외로 옮기는운동을 벌이자는 여론이 일기도 했다. 대구시와 미군측의 협의가 난항을 겪던 지난 93년9월 미군시설이 집중적으로 몰려있는 대구남구지역에서 미군시설이전추진위원회가 생기고 구의회에선 관내미군부대이전촉구를 결의하기도했다.

국내 미국기관들의 오만과 무례는 결국 우리국민의 반미분위기를 조장시켰고이런 분위기는 미군시설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심에 미군시설이 많은 부산의 경우엔 시민·사회단체가 미군기지환수운동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화물이 넘쳐 부산항이 심한 몸살을 겪고있는데도 미군전용부두가 텅텅빈채 놀고있다는데 부산시민들이 분노한 것이다.**지나친 생색 못참아**

대구시민이나 부산시민들이 양키에 화를 내면서 미군기지추방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우리땅을 무상으로 쓰고있는 미군당국이 우리의 감정을 헤아리지않고 자존심을 상하게 했기때문이다. 과거 우리를 적지않게 도운 것을 잘알고 있지만 생색이 너무 지나친 것은 참을 수 없다는게 우리국민의 감정이다.

우리정부는 지금까지 한미간의 협정을 이유로 미국의 요구를 거의 들어준 실정이다. 이제는 우리의 족쇄가 되다시피한 한미협정도 달라진 시대에 걸맞은공평한 쌍무협정으로 고쳐야한다.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미국이 하자는대로따라가지말고 당당히 챙길것은 챙기는 정부가 돼야할 것이다.그동안 우리국민들은 북·미핵협상에서 우리나라를 소외시킨 일이나 미국이우리와의 무역협상에서 보여준 고압적 자세등으로 마음이 크게 상했고 이로인해 대미감정이 나쁜 쪽으로 계속 흐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불거지고있는 미국의 당치않은 요구들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우리와의 백년지교에 더 이상 흠을 내지않으려면 미국은 한국에 대한 지금의 생각을 크게 바꾸어야할 것이다. 〈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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