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구 소설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대저 사람이 산에 오르면 먼저 그 높은 것을 배우려고 할 줄 알아야 하고, 물을 만나면 그 맑음을 배울 걸 먼저생각하고, 돌에 앉으면 그 굳음을 배울걸 생각하며, 소나무를 보게 되면 그푸름을 배울 걸 생각하고, 달을 마주하게 되면 그 밝음을 먼저 배울 걸 생각하는 태도가 바로 대가리를 제대로 굴릴 줄 아는 자의 모습이니라. (중략)두고보면 알려니와 필경 산에 오르면 먼저 편한 길부터 알고자 기웃거리게되리. 또 물을 만나면 그 흐름에 얹힐 꾀를 궁리하게 되고, 돌에 앉으면 그차가움부터 생각하게 되며, 소나무를 보면 그 오래 사는 수를 생각하게 되고, 달을 마주하면 그 은밀함을 생각하게 되어, 좋은 대가리를 좋지 않게 굴리려는 자가 비온 물꼬에 송사리 몰리듯이 끓을 터이니, 이것이 무엇인고.이것이 장차 이 백성에게 뿌리내릴 불운의 싹이 아니겠느냐" 이것은 그 시대사람들, 특히 사회 지도자들의 그릇된 사고방식을 꼬집는 취기에 오른 매월당의 일침이다.일전에 덕유산 국립공원을 올라 동행하던 친구는 늠름한 한 그루의 낙락장송을 가리키며 "저 소나무를 대도시에 옮겨다 놓으면 수백만원 할거야"라고 한다. 매월당의 입을 빌리자면 썩은 대가리 굴림은 오늘날에도 변함없다. 생활주변 환경이 삭막해진 탓에 바이오필라(biophila)라고 하는 녹색에 대한 사람들의 갈증으로 '그린' '바이오' '에코'를 매우 즐겨 쓰는 사람 흔하다. 그러나 자연환경으로부터 녹색은 점점 줄어드는 일회용 건전지처럼 소모적 개발만이 진행되고 있다. 자연의 중요성을 모르는 이 어디 있겠는가마는, 모두바이오필라에 대한 과욕이다.
김종원씨〈계명대 전임강사·생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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