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도시의 푸른나무67

미미의 손이 꼽꼽하다. 여윈 손이다. 살결이 부드럽다. 나는 숨을 죽인다.화면을 본다. 남자가 샤워를 하고있다. 욕실에 등이 밝다. 남자는 돌아서 있다. 건장한 어깨 뒤로 비누거품이 흘러내린다. 거품이 근육질 등판을 탄다.거품이 작은 엉덩이에서 물로 풀린다. 물이 허벅지에서 장딴지로 타내린다.다리에는 털이 부숭하다."내 손 꼬옥 잡아줘. 여자는 저런 장면에서 자극을 받아"

미미가 내 귀에 속삭인다. 목소리에 단내가 섞여 있다. 나는 덤덤하다. 목욕탕에서 흔히 보는 벗은 몸이다. 털이 많은 서양 남자를 목욕탕에서 본 적은없다. 미미가 내 손가락을 낀다. 손가락을 오무린다. 욕실문이 열려있다. 침대 머리맡의 불빛이 은은하다. 침대에 큰 가방이 놓여 있다. 금발 여자가 침대옆 의자에 앉아있다. 여자는 창밖을 본다. 흰 가운 차림이다. 여자는 다리를 꼬고 앉았다. 한쪽 허벅지가 드러나 있다. 창 밖으로 밤풍경이 보인다.항구 도시의 불빛이 밝다. 도시 가운데로 큰 강이 흐르고 있다. 강이 닿는곳은 바다다. 부두에는 여러척의 배가 멈춰있다. 부두쪽은 불이 밝다. 부드러운 음악이 흐른다. 짱구가 저런 것을 샹송이라 했다. 바다는 군청색이다.하늘과 강은 회청색이다. -아우라지강이 마지막엔 어디에 닿는지 아니? 여기서부터 3백킬로를 흘러 강화도 앞바다에 닿지. 이 맑은 물이 거기에 이르면구정물이 돼. 인간의 욕망, 그 찌꺼기를 채워 바다로 흘러들어. 도시가 돈·성욕·출세 따위의 더러운 찌꺼기를 배설하기 때문이지. 그 하수구 물이 강을 더럽히며 흘러들어. 강화도 아랫쪽엔 인천이란 큰 항구가 있단다. 아버지가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거울을 통해 남자가 면도를 한다. 면도기가 턱의 거품을 밀어낸다. 파릇한턱선이 드러난다. 화면에는 남자의 윗몸만 보인다. 남자의 가슴에는 갈색 털이 무성하다.

"멋있지? 넌 가슴이 털이 있니?"

미미가 묻는다.

"없어"

미미가 잡힌 손을 빼낸다. 그 손이 내 청바지 지퍼에 머문다. 남자가 샤워를마치고 침실로 나온다. 가운을 걸치고 있다. 목긴 그라스 두개에 술을 따른다. 술잔 하나를 여자에게 건네준다. 술잔이 부딪힌다. 한 모금씩 마신다.남자가 술잔을 탁자에 놓는다. 여자뒤에 선다. 둘 다 창밖 강을 바라본다.계속 달콤한 음악이 흐른다. 남자가 금발머리채를 만진다. 여자의 가운 깃사이로 손을 넣는다. 여자가 가볍게 신음한다. 여자가 목을 의자등받이 위로제낀다. 여자는 눈을 감고있다. 남자가 그 위로 엎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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