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식당으로 돌아가고 싶다. 여기서 식당은 가깝다. 인희엄마를 따라 여기까지 와본 적이 있었다.인희엄마가 비디오를 샀다. 중고품이라 했다. 인희가 졸랐기 때문이다. 인희엄마는 산수공부·국어공부 테이프도 샀다. 그런것 없어요. 재미 있는거. 인희엄마가 종업원에게 물었다. 포르노 말씀이죠?우린 취급 안합니다. 종업원이 말했다. 비디오 대여점엔 취급하겠죠? 글쎄요. 숨겨놓고 빌려주는지. 허긴 요즘 영화가 다 준포르노 아닙니까. 비디오와 테이프는 내가 들고 왔다. 포르노란걸 빌려봐야지. 그게 아주 녹여준대.너랑 보면 더 재밌을거야. 돌아오는 길에 인희엄마가 말했다. 꼭 한번 그런비디오를 봤다.인희엄마와 그 짓을 하려 옷을 벗으면서였다. 일본애들 아냐. 인희엄마가 말했다. 한 여자가 남자 여럿과 그 짓을 했다. 한 남자가 여자 여럿과 그 짓을 했다. 아유, 징그러. 짐승 같다. 끄자. 우린 우리 식대로해야지. 인희엄마가 시큰둥 말했다. 나는 식당으로 가는 방향을 알 수 없다.사방을 두리번거린다. 팔팔당구장이 어디쯤 있을 것 같다. 나는 그곳을 찾고싶지 않다. 나는 큰 길 쪽으로 걷는다. 초록색깔의 은행 간판만 찾으면 된다. 은행 옆 골목 안쪽에 꽃집이 있다. 나는 걷다 멈춰 선다. 지금 가버리면꽃집에서 잘 수가 없다.미미를 찾는다. 젊은애들은 북적대는데, 미미는 없다."시우야! 봉을 찾았어"
미미가 외친다. 호텔 옆문에서미미가 튀어 나온다. 그쪽은 지하실이다. 입구에 네온사인이 껌벅인다. 시끄러운 음악이 바깥까지 들려온다. 나는 들어가기가 싫다. 시끄러운건 질색이다.
"넌 가만 있으면 돼. 너 장기잖아"
미미가 말한다. 내 팔짱을 낀다. 지하 계단으로 나를 끌어내린다. 나는 잠시버틴다. 식당으로 가고 싶다. 여기서 기요와 짱구를 만날는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는 끌려 내려간다.
"어서 옵쇼"
문지기가 말한다. 그는 내가 아니다. 빈대형도 아니다. 정장 차림의 애젊은청년이다. 바싹 친 머리카락에 헤어 젤리를 발랐다. 고슴도치 같다. 나도 날마다 그걸 바른 적이 있었다. 문을 열자 음악은 느린 재즈다. 색소폰이 흐느낀다. 홀 안이 깜깜하다. 잠시 있으면 잘 보인다. 무대에는 두쌍이 블루스를춘다. 악단은 보이지 않는다. 가수도 없다. 색색의 불빛이 물처럼 흐른다.홀엔 손님이 별 없다. 황금 나이트도 초저녁엔 그랬다. 밤이 깊어야 손님이몰려든다. 미미가 내팔을 끈다. 의자 사이로 빠져 나간다. 구석자리 테이블로 간다. 젊은 녀석 둘이 앉아있다. 양주병과 과일 접시가 테이블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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