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르비아계 전사 보스니아 탈출 "썰물"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병사들이 전장을 떠나고 있다.세르비아계의 독립공화국 수립을 목표로 지난 3년간 지리한 전쟁을 펼치며회교계와 크로아티아계에 대한 대대적인 '인종청소'까지 자행해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던 세르비아계 '성전의 전사'들이 보스니아를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3년동안 50만명의 세르비아계인들이 보스니아를 탈출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들중 35만명은 인근 세르비아공화국으로, 나머지 15만명은 서방으로 이민했다. 현재 약 5만명정도가 베오그라드의 서방대사관에 이민신청을해놓고 있는등 보스니아를 떠나는 세르비아계인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지경에 이르자 세르비아계 지도부는 보스니아내 전세르비아계인들에게 전투동원령을 내리고 이민자를 탈영병으로 간주하겠다고 발표하는등 빠져 나가는 병력을 단속하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라도반 카라지치 세르비아계지도자는 세르비아공화국에 35만명의 세르비아계인들의 송환을 호소하면서 "이들 탈영병들이 돌아오면 두달안에 전쟁을 끝낼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또 이민자들의 재산을 몰수하겠다고 엄포를놓기도 했으나 현재까지는 신통한 반응이 없는 상태.

보스니아를 떠나는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나라는 아이러니하게도 세르비아계의 대표적인 적성국인 미국. 보스니아 회교정부를 지지하면서 세르비아계의학살행위를 가장 강도높게 비난하고 있는 미국을 선호하는 것은 보스니아내전에 대한 세르비아계의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희망없는 전쟁이라는 절망이 널리 퍼지면서 당초 독립정부수립을 목표로 굳건한 전투력을 자랑하던 세르비아계의 민족적 자긍심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든 어디든 진흙구덩이 참호에서 인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군인들의 처우문제도 떠나게 하는 한 이유다. 이들이 받는 월급은 10달러(8천원)내외. 기업체 근로자의 월급이 30달러인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싼것으로 그나마 지난해 여름부터는 전혀 지급되지 않는 형편이다.또 군지도부의 부패도 세르비아계 병사들의 허탈감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무기와 석유밀수로 수십만달러를 착복, 사치스런 생활을 누리는 지휘급간부가 늘어 서로 공개적으로 비난하는등 세르비아계군인들을 더욱 힘겹게 하고있는 것이다. 〈김중기 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