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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상처와 활

예술가를 바라보는 관점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다. 그 중에서도 비교적 널리 알려진 서양의 예술가관 하나를 소개한다.그리스 신화에 '필록티티즈'라는 인물이 나온다. 그는 적수를 찾을 수 없는활과 맞으면 치명적인 화살을 상속받은 자로서 그리스 진영에 속하여 트로이전쟁에 참여한다. 그러나 트로이로 가는 도중에 독사에게 물려 상처가 나게된다. 상처에선 고약한 냄새가 나고 고통을 참지 못해 계속 소리를 질러대는필록티티즈는 그리스인들에게 버림받게 된다. 혼자 고독하게 섬에 남겨진 필록티티즈는 분노의 세월을 보낸다. 한편 필록티티즈의 활과 화살이 없으면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말을 들은 그리스 진영에서는 늦게나마 사람을 보내 그를 설득하여 전쟁에 참가하도록 한다. 고독 속에서 분노를 삭인 필록티티즈는 전쟁에 참여하기를 결심한다. 그러자 상처가 낫고 그는 무적의 활로진영에 승리를 안겨준다.

필록티티즈를 예술가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신화적 비유로 보는 관점은 그의생애에서 대개 다음과 같은 삶의 섭리를 읽어낸다. 버려진 자는 깊은 상념속에서 삶의 비밀에 더욱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 그리고 그가 자신의 불만에 원인을 제공한 동족을 위해 정상인이 갖지 못하는 태어난 재능을 구사할때 자신의 질병은 낫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환상과는 달리 예술은언제나 무해하고 상냥한 대리충족이 되는 것이다. 아울러 사회가 병든 천재를 끝까지 보호해야 하는 까닭도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소설가.대구교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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