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경북도의회의 '허송세월'

'3년'. '22차례 회의'. '2억8천만원'.결론적으로 경북도의회는 이같은 막대한 시간과 예산을 허송하고 허비해버린셈이다. 3일 열린 경북도의회 본회의에서 의원들은 표결을 통해 도청이전 문제는 '원 주인'인 경북도에 반납하기로 결정하고 손을 털었기 때문이다. 도민의대표성을 내세워 경북도로부터 도청이전 문제를 호기롭게 '가로챈' 3년만의 일이다.

그동안 도청이전 특위를 구성해 가진 22차례의회의와 수없이 가진 간담회또한 아무 의미없이 사라졌다. 그 결과에 모두 승복하기로 하고 2억8천만원이란 엄청난 국민의 세금을 지불한후보지 6곳 압축 용역도 이날 최종후보지 표결을 포기함으로써 휴지쪼가리 꼴이 돼버렸다.

물론 이날 본회의에서 이같은 결정을 주도한 한 의원은 그간의 의회활동에애써 의미를 주려했다. 그는 "92년 도청이전 특위를 구성해 이전후보지 6개지역을 선정해놓은 것만도 나름대로 큰 성과"라는 식의 발언을 했다. 일견 전혀틀리는 말은 아닐 수 있다. 경북도는 의회가 선정한 6곳을 토대로 도청이전 후보지를 고르는 데 손을 덜 수도 있다는 얘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3년전 도의회 스스로 3백만도민에게 공약한 '임기내 최종후보지 결정'을 상기하면 그같은 주장은 공허하고 옹색한 소리에 지나지않는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 의원은 또 표결에 들어가 후보지 6개 지역중 어느 곳도 출석의원의 과반수 득표를 하지 못할 경우 닥칠 그 후유증을 내세웠다. 도의회가 한 지역을 표결선정하지못하고 임기를 맞을 때는 이 '안'자체의 자동폐기로 오히려 도청이전의 열망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논리를 폈다. 차라리 경북도로 넘겨서 '안자체는 살려놓자'는 이 논리는 그렇지만 설득력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어느 한 지역이 쉽사리 '과반수'를 얻지는 못할 것이란 예상은 초장부터 나온 것이다. 그럼에도 임기 막바지에 그런 '예단'을 등장시켜 당초 결의한 표결 자체를 시도조차 않은 것은, 이 문제에서 꽁무니를 빼자는 의도이외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는 얘기다.

더 말하면 6월선거를 앞두고 '도청이전지 탈락'이란 '공연한' 부담을 지지말자는 극도의 보신주의가 도청이전 조속 매듭이란 대도민 공약을 일축한 결과로밖에 볼 수 없을 것 같다.

이날 회의장은 흡족한 웃음이 터지고 악수가 오갔다. 하지만 그 결과는 과연의원 각자에 득을 가져다 줄 것인가. 오히려 그 실이 더 커 보였다. 4년의 임기를 끝내는 시점에서도 그 자질과 위상이 의심받고 있으니 말이다.〈김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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