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녹색시대…마지막선택56-넘실대는 사해…'자연극복'안간힘

풍구. 이곳에서 경험한 강하고 거친 바람은 결코 잊을수 없다. 여기에 '환경'이라는 절박하고 시대적이며 지구적인 요인이 가미될때면 누구나 갈등속에빠지게 된다.아무리 살펴도 자연을 사랑해야될 이유가 풍구에서는 없기 때문이다. 척박한환경을 유감없이 드러낸 묵시적인 자갈바다 뿐이다. 그 위를 바람만 몰아치고있다. 황사를 부채질하는 바람이다. 황사에는 사람을 시들게하는 중금속과 온갖 먼지, 심지어 타클라마칸사막깊숙한 곳에서 자행된 핵실험 부산물인 방사능까지 포함돼 있다. 이것이 산성비를 내리게도 한다. 그래서 풍구의 바람은인류의 문명을 송두리째 날려버릴 것만 같은 소름끼치는 힘을 경험하게 한다.포도의 도시 투루판(토로번). 가로수가 포도나무로 어우러져 있을 정도다.매년 7~8월에 열리는 포도축제는 볼만하다. 연간 2만9천t을 생산할 정도다. 여기에 타클라마칸사막의 석유가 경기에 불을 질러 지금은 인구18만의 도시. 최고급 호텔이름이 '석유빈관'일 정도로 기름기가 흐르는 도시다. 호텔은 온통일본인들이 판을 친다. 갑자기 불어나는 인구로 시가지는 복잡하다. 치안도 약간 불안하다. 인구의 70% 이상이 회족이다. 그들의 야성찬 인상이 도시를 더욱생동감 나게 한다.

투루판은 분지다. 동서가 약 1백20km, 남북이 60km. 넓이로는 아담한 모양새지만 엄청난 자연의 이변을 낳고 있는 곳이다. 중국땅에서 지표가 가장 낮은곳이다. 아이닝호수는 해발 마이너스 1백50m. 어쩌면 옴폭 파인 냄비라고 표현하는게 적합할 정도다. 따라서 이곳의 기온차는 그 폭이 극심하다. 한여름 평균기온이 섭씨 40도. 웬만하면 60~70도까지 오른다. 혹서지대다. 강우량이라야고작 연간 10~30mm. 이러고도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그렇지만 걱정 없다. 하늘의 산맥이라는 천산산맥에서 흐르는 눈 녹은 물을이들은 카레츠라는 독특한 지하관개수 방법으로 이용하고 있다. 카레츠는 사막곳곳에 우물을 파서 서로 연결한 수로다. 그 전통이 2천년 이상 되었다고 한다. 살아 가는 슬기다. 투루판의 시가지를 벗어나면 다시 메마른 땅이 계속된다. 땅위로 더위가 치민다. 오아시스를 벗어나는 기분이 바로 이런것이다. 강우량에 비해 증발량이 1백배라는 말이 실감났다. 지난해의 극심한 가뭄에도 여기서는 별다른 표가 없다. 혹독한 가뭄의 현장답다. 메말라도 메마른 그 자체가 당연시된다. 오히려 축축하면이상할 정도다. 메마른 땅은 검고 붉은 사막이었다. 지난해 7월 포장이 완료된 상해~카쉬간 5천km 의 공로 312번을 따라사막은 이어지고 있었다. 이 지역에서 대표적인 벌거숭이 모습은 화염산. '서유기'에는 여기서 삼장법사 일행이 불길로 고생하는 대목이 나온다. 관광지로개발되고 있지만 아직은 멀었다. 손오공이 칠선공주로부터 파초선을 빌려와 불을 끄려했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투루판 시가지서 약 10km. 위구르 말로는 '쿠즈로다고'라고 불린다. 붉은 산이라는 뜻이다. 최고봉은 851m. 아직까지 아무도 오른적이 없다고 주민들은 말하고 있지만 최근들어 세계의 탐험가들이 속속 모여들고 야영도 한다. 취재진이 도착하던 날도 지표면 온도는 섭씨 62도를가리켰다. 그저 모든것을 태워

버릴것만 같다. 덥다는 느낌 보다 멍하다. 아무 생각없이 빨리 이곳을 빠져나갔으면 하는 마음 뿐이었다.

취재진은 지금 중국이 자랑하는 세계 최대의 사막연구소가 있는 난주를 향하고 있다. 우루무치서 난주까지는 최근의 이 포장길을 곧장 달리면 15시간 정도소요되는 거리. 그 사이 사막화의 남진등을 살피기 위해서는 이 길이 유일하다. 또한 화염산과 사막화로 살아 남았다는 역설을 지닌 돈황등을 취재할 계획이다.

화염산을 벗어나면 다시 진저리나는 고비와 중국 특유의 사막이 전개된다.이곳의 바람은 유별나다. 사막화의 뚜렷한 징후가 바로 모래바람. 어딜가나 이모래바람은 더위와 함께 여행자를 곤혹스럽게 한다. 투루판을 벗어날때 부터옆 볼을 살짝 문지르듯 때리더니 화염산 인근에서는 그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있었다. 옛 실크로드의 명성이 자자하던 때부터 있어온 이 모래바람. 이를 두고 '비사주석'이라고 한다. 한곳에 10여분 서 있으면 사각거리는 모래소리가귓전에 들리는듯 하다. 모래들은 마치 풀섶에 누우면 개미들이 온 몸을 뒤지듯이 침입하지 않는곳이 없다. 입속에서도 모래가 어느틈에 들어간다. 서걱서걱하다. 봄이면 특히 이 모래바람은 심해진다. 주민들은 이럴때면 아예 밖 출입을 삼가한다. 일주일에 평균 이런 날씨가 이틀 정도. 집마다 창틀에는 모래먼지가 쌓인다. 여름에야 먼지를 털어낸다고 한다.

타클라마칸사막 안내를 맡았던 중국과학원의 길계혜씨는 "신강의 모래바람과모래먼지를 극복하지 않고는 중국의 장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한 말이 생각난다. 길씨는 이 모래먼지들이 황사로 많은 지역에 걱정거리를 쏟아붓지만 자연현상을 방치하면 오히려 인류에게는 큰 불행을 던져주므로 중국은 이같은 어려움을 이기기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고도 했다.

모래바람은 하미과(참외의 일종)로 유명한 하미(합밀)를 지날때 더욱 몰아쳤다. 돈황의 입구인 유원까지는 아직도 온것만큼 더 가야 한다. 계속 모래바람이다. 모래가 날리고 자갈돌이 구르는 '비사주석'의 소리가 인간의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울리는 환경노래같이 들린다. 하나뿐인 지구이기에 그 노래는 더욱 심각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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