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한 준고위급회담 역제의 배경〉

북한이 11일 미국측에 보낸 답신에서 양측간 고위회담을 한단계 낮춰 북경에서 열것을 제의해 온데 대해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측의 의도를 다각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정부의 한 관계자는 우선 미·북 고위급 회담이 당초 예상대로 성사될 경우북측대표로 나서기로 된 강석주 외교부 부부장의북한내 입지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강부부장이 최근 대외적인 행보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황과 베를린전문가 회담에서 북측 대표인 김정우가 강에 대해 거침없이 행한 발언들이 이같은 맥락에서 파악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의 분석은 주로 지난해 전격적으로 타결된 제네바 합의에 대한북한 내부의 평가에 집중된다.

즉, 지난 93년 6월부터 제 1, 2, 3단계 형식으로 진행된 미·북 핵협상이 지난해10월 전격 타결될 때까지 거의 1년반 가까이 각광을 받으며 화려한 외교활동을 전개한 강의 외교적 성과에 대해 북한 내부에서 심각한 반론이 제기됐으리라는 것.

특히 제네바 합의대로라면 지난 4월21일까지 경수로 공급협상이 체결되고 미국과의 연락사무소가 개설돼야 했는데 이러한 합의 내용이 거의 진전을 이루지못하는 상황도 강에게는 매우 불리한 조건이라는 설명.

군부를 비롯한 강경세력들은 1년반 가까이 비싼 외화를 들여가며 '나들이'나다닌 결과가 겨우 중유 5만t을 받은 것이냐며 강이 자랑해온 제네바 합의의 실체를 대라고 추궁했을 것으로 보고있다.

관계자들은 또 제네바 합의당시 강이 갈루치 대사에게 사실상 '한국형' 경수로를 수용한데 대해 강경세력들이 분개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갈루치 미핵대사가 10일 강이 지난해 핵합의 당시 한국형 경수로를 수락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도 그 이후 북한이 태도를 바꾼데 대해 '내부적으로 정치적인 어려움'을 거론 한것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베를린 전문가회담에서 김정우는 강에 대해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평했다는얘기가 나오고 있어 이같은 북한측 동향에 대해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11일 "강석주 부부장이 북한정부에 그동안 회담내용에대해 과장된 보고를 한것과 관련이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한마디로 제네바 핵협상에서는 실질적으로 한국형 경수로를 수락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서도 마치 회담에서 한국형 이외의 노형을 제시했던 것처럼 본국정부에 보고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라는 설명.

정부의 한 당국자는 "실제로 뉴욕 채널등을 통해 북한측은 강이 평양을 떠날수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평양에서 회담을 개최한다면 강이 참석할 수있다는뜻을 여러차례 밝혀왔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런 상황을 분석하면서 이미 오래전부터 북한이 강이외의 다른사람을 고위회담의 대표로 내세울 것이며 회담장소로는 외화가 많이 드는곳이 아닌 중국등을 제시할 가능성을 예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또다른 분석은 앞으로 열릴 고위회담에서 양측의 입장이 팽팽해 회담진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고위 당국자들이 직접 나서 '상처'를 입을 것을미연에방지하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어차피 북한이 강석주나 김정우를 내세워 고위회담을 정치화 할 경우 회담이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장기적인 전략에서 외교인력을 비축하기 위한 배려가 아닌가하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분석은 북한측이 보다 하위급인 북경회담에서 어느 정도 성과가 있을경우 점차 회담의 급을 격상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관점을 토대로 하고있다.또한 북한이 고위회담을 앞두고 한국정부가 미일 대표단을 서울로 불러들여'단합대회'를 개최한데 대한 불쾌감을 강력히 표시하기 위해 고위회담의 장소와 격문제를 트집잡는 것으로 보는 관측도 있다.

북한이 특히 장소 문제에 있어서 평양을 고수할 것처럼 고집을 부린 것은 서울의 3국 협의회에 대한반발이며 어차피 현시점에서 미국과 평양에서의 직거래가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미국측이 희망한 제네바보다는 북경을 절충점으로 수락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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