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제자사랑 선물이 기준돼서야

"학교 잘 다녀왔니?"하는데 대답도 없이 제 방으로 들어가더니 책상에 엎드려 울기 시작하는 올해 국민학교 6학년인 우리 딸애의 일이다. 한마디로 억울하고 창피해서 혼났다는 거다.며칠전 스승의 날 일이다. 용돈을 절약하여 모은 돈으로 스승의 날에 선생님께 드릴 볼펜을 사서 다른 어린이들처럼 선물을 드렸는데 "누가 볼펜없을까봐볼펜을 사왔어?"선물을 거둬들이던 선생님의 답변이었단다.마음이 담긴 제자들의 선물에 물질적인 값어치를 매겨면 부잣집 자녀와 가난한 집 자녀의 선물의 차이로 제다들에 대한 애정이나 관심도 차별을 두어 교육을 시킨다면 진정한 교육이 될 수 있을것인가가 의심스럽다. 물질적 비중을 따져서 선물을 받을 때 차이를 두고 받는다면 이는 이미 진정한 선물로서의 의미가 상실되었으며 뇌물로서의 기능을 발휘하게 될것이 뻔하다.별생각없이 한마디 한 선생님의 이런 말이 어린 가슴에 못을 박는다는걸 알아야 한다. 사랑스런 고사리손으로 내미는 선물이 볼펜이면 어떻고 몇백원하는스타킹이면 어떻겠는가. 진심으로 고맙고 존경하는 마음에서 내미는 선물에 이렇게 부담을 준다면 누구를 원망할것인지는 뻔하다.

그날 우리 딸아이 반에서 세명의 어린이가 선생님께 선물을 드리지 못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 벌로 '스승의 날'이란 제목으로 선물을 못한 반성문조의글을 써오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정말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선물 못한것도창피하고 미안한 마음으로 다른 급우들에게 얼굴을 들수가 없었을텐데 벌로 숙제를 해오라니. 어린이에게 이렇게 의무감과 과한 부담감을 주어도 되는지 한번 생각해보는것이 어떨는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선생님이 생각하는 진정한제자의 선물은 평소 선생님 말씀을 잘듣고 착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어린이가되는것이 아닌가 싶다.

스승의 날은 선생님이 챙기는 선물수거의 날이 아니라 제자들 스스로 자그만물건으로 그야말로 선생님의 노고와 사랑에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표시하는 일년중의 하루가 아닌가 싶다.

김수동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협화아파트 105동14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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