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북·미'장성급 접촉'연기해야

미국이 북한과 장성급 접촉을 가질 계획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하다. 따라서 장성급 접촉은 북·미간 준고위급 회담과 한국의 지자체 선거가 끝난 6월말이후로 연기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게리 럭 주한유엔군사령관이 최근 이양호국방장관에게 통보해온 장성급 접촉이 필요한 이유는 북한의 정전협정 와해공세와 비무장지대내에서의 도발등에대처하기 위해 군사정전협정 틀 안에서 접촉을 갖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을 배제한 북·미간 직접접촉은 우선 북한의 정전협정 와해기도에 말려들 소지가 있으며 나아가서 평화협정 체결 공세가 강화되어 궁극적으론 주한미군철수 요구등 북측의 입지만 강화시켜주는 결과를 낳게될 가능성은 충분하다.우리 정부는 제네바 핵합의 이행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경수로문제가 완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북미간의 직접대화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그것이 한반도의 긴장완화에 큰 도움은 되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왜냐하면 지난해 말 헬리콥터 불시착 사고로 북한에 억류된 보비 홀준위의 송환협상때도 북한의 장성급접촉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후부터 북한의 정전협정 와해기도는 더욱 집요해졌음을 감안하면 장성급 접촉은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북한은 지난 91년 3월정전위 유엔사측 대표로 한국의 황원탁소장이 임명되자 정전위 본회의 참석을 거부해왔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정전위 대신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를 설치, 대령급 비서장회의에만 겨우 얼굴을 내밀뿐 한반도의 주요 군사현안을 의논할 통로는 완전히 막아 버렸다. 그러면서 북한은의도적으로 비무장지대내에서의 충돌 등으로 긴장을 고조시켜 미국으로 하여금대화통로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유도하고 있다.

한국측에서도 북·미간 직접접촉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달갑지는 않지만 최근휴전선내의 도발책 등을 전혀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정전위 틀내에서 이뤄지는 북·미접촉은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5명의 정전위대표중 황소장을 뺀 한국·미국·영국·캐나다대표가 함께 참석하는 것은 수용할수 있다는 수정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반도문제등 중요 현안이 논의될 때마다 한국이 배제되고 있는데다 북한이남한과의 대화는 끝내 거부하는 상황에서 새롭게 북·미간 장성급 접촉이 이뤄진다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장성급 접촉이 자칫 잘못 풀려 북한의 술수에 말려 든다든지 아니면 미국이 국익우선정책에 따라 우리를 따돌리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취하게 된다면 우리는 큰 낭패를 당할수도 있는 것이다.정전협정 자체가 흔들리는 민감한 시기에 거론되고 있는 장성급 접촉은 즉각중단되어야 한다. 여러가지 일을한꺼번에 벌여놓으면 혼란스러울 뿐 쉽게 결론을 얻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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