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말 문화민족의 긍지가 드높다. 어디를 봐도 문화라는 말이 한여름 분수처럼 뿜어나온다. 입만 열면 한결같이 문화다. '선거문화의 새로운장을 열고' '음주문화가 이래서야' '군사문화'란 말도 유행한다. 무슨 말이든 문화를 꼬리표처럼 달면 그럴듯하게 들린다. 두음절의 단어로는 아쉬운지, 굳이 네글자로 만들어야 속이 시원한지 무조건 문화를 붙인다. 입시문화쇼핑문화 음식문화 교통문화. 그렇다면 노래방문화 카바레문화등 안 될 것이 없다. 이러다가 사교(댄스가 아니다!)문화, 건달문화, 범죄문화도 등장할지 모른다.그러나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문화가 꼬리표로 달린 말은 바탕이 그리 뛰어나지 못한 여자가 과도한 화장으로 사람들의 눈을 속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가 엄청난 문화를 누리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그결과 필요한진짜 문화의 의미와 가치를 망각하고 문화발전의 여지를 짓밟아버린다. 요즘신문이나 방송을 보라. 그 많다는 뉴스가운데 정신의 양식이 되는 문화뉴스는 얼마나 되는가? 10%, 5%? 글쎄. 스포츠와 탤런트문화는 왕처럼 대접받는다. 정치와 경제문화도 언제나 앞자리다. 그러나 문화, 아니 문화문화(?)는 잘 보이지 않는다. 국정지표에 문화창달이 언제나 들어있고 문화담당 중앙관청도 있는데 말이다. 우리 문화가 르네상스를 맞은 것으로 착각해서는안된다.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 우리 문화는 요즘 유행하는 세계화의 척도에서 볼 때 아직 걸음마 단계다. 무턱대고 문화를 꼬리표처럼 다는 야만적 습관부터 버리자. 문화가 빈약한 민족은 영혼이 없는, 역사의 공백을 걸어가는 산송장이다. 눈을 뜨자.
〈대구시 자문대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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