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6·27이후 정국 어디로…(5)--지민련 진로

자민련은 이번 6·27지방선거를 통해 정국을 '신 3당체제'로 이끄는데 성공하는등 가장 커다란 정치적 성과를 얻었다. 민자당에서 '용도폐기'돼 탈당한 김종필총재로서는 절치부심끝에 '자민련' 창당 3개월만에 지방선거에서텃밭인 대전과 충남북에 이어 강원도까지 거머쥔 것은 정치적 재기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김총재는 지난 87년 대선과 총선이후 만든 3당구도보다 더 많은 정치적 지분을 확보했다. 그로서도 깜짝놀랄만한 정치적 성과임에 틀림없다.그러나 자민련으로서는 제3당의 위치에 걸맞는 당체제정비와 지지기반확충에 주력해야하는 과제를 안고있다. 당장 내년 총선에 대비하기위해서는 급조된 지구당조직을 대폭 물갈이하고 민자당의 내부균열에 의한 정계개편의 추이에 따라 여권 이탈세력을 포용할 준비를 갖추어야한다. 충청권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기위해서는 대구·경북과 서울등으로의 지역적 지지기반도확보해야한다.

결국 이같은 움직임들은 자민련이 범보수세력을 엮을 정치세력으로서 탈바꿈하려는 노력으로 모아진다. 그 노력의 성패는 내각제개헌추진과 세대교체론등 다가올 정계개편에서 어느정도 판가름 날것이다.

김총재는 선거가 끝나면서 이제는 정치적 보폭을 조절하기까지 한다. YS정권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이나 민주당과의 연대등에도 일정 이상의 거리를 유지하려는 몸짓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1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삼풍백화점 참사와 관련 "이런 문제로대통령에게 일일이 책임지라고 한다면 아무도 남아나지 않는다"며 "일차적인책임은 개인에게 있다"고 하는등 김대통령의 입장을 두둔하는 입장을 취하기도했다.

선거기간 내내 김대통령을 신랄하게 비난하던 태도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는 또 야권공조에 대해서도 "필요할 때 뜻을 모으는 것은 당연하지만 엄연히 우리당은 우리당이고 민주당은 민주당인데 무조건 같이 행동할 수 있느냐"며 자민련의 독자성을 강조했다. 앞으로 있을 정계개편의 과정에서 자민련이 민주당에 종속변수로 머물러 있는게 아니라 할수만 있다면 변수로서 기능할 수 있다고 상황인식을 하고있는게 아니냐는 추측으로까지 발전하고있다.

우선적으로 자민련은 내각제개헌을 매개로 민주당과 공조의 틀을 엮으려고할것으로 보인다. 내각제 개헌은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이 주장한 '지역등권론'과도 통하는 것으로 양김의 합심정도에 따라 내각제 개헌은 15대총선을계기로 정국의 최대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것은 양김의교감정도에전적으로 달려있는 일이다.

당장은 민주당의 체제정비와 자민련의 체제정비는 별다른 관계가 없을 듯하다. 민주당의 8월전당대회를 전후해 이기택총재체제의 변화가 불가피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자민련에도 여파가 미칠 수는 있다. 그러나 자민련은 '세'를 불리는차원 이지 근본적인 당체제개편은 아닌 것으로 예상된다.자민련은 실제로 당세확장을 위한 영입작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자민련의직접적인 영향권인 충청권의 무소속 강창희의원과 이자헌의원등이 1차적인영입대상으로 떠오르고 있고 정동호의원도 거론되고 있다. 민자당의 이재환대전시지부장이 선거후 사의를 표명하자 이 지역에 있는 민자당의원들까지차기총선을 앞두고 민자당간판을 버리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까지 있다.그러나 자민련의 '덩치불리기' 최적기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공천경쟁이치열한 연말부터이다. 여권공천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이합집산을 거듭하거나민자당문패 달기를 주저하는 충청권과 대구 경북권에서 자민련은 이들에게매력있는 정치세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계재편을 하겠다는 측이나 당하지 않겠다는 측이나 다 같이 기회가 될수 있는 게 총선이다. 총선은 자민련이 다음대선을 앞두고 내각제개헌을 구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느냐 현행헌법대로 대선에 참여하느냐를 결정하는 잣대가 된다는 점에서 중간지렛대로 인식된다. 새로운 여소야대정국이 형성된다면 자민련은 민주당등 야권과 공조의 틀을 만들어 여권을 몰아붙이면서 내각제개헌을 추진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김대중이사장의 대권구상과도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전제가 앞선다. 김이사장으로서는 이대로 대선에 나서서 집권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선다면 굳이 권력을 분점하는 내각제로 갈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얼마든지 할수가 있다. 거꾸로 JP로서도 같은 입장이다. 내각제개헌이 어차피 불가능하다면 현행 대통령직선제로 한번 더 승부를 걸어볼만한 계산까지 염두에 두고있는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 DJ는 협력자가 아니라 이제 경쟁자의 관계로 되돌아간다. JP는 내각제개헌뿐만 아니라 현행 헌법아래서의 차기 대선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서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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