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6·27이후 정국어디로…(6)-보수중산층 포옹

6·27지방선거에서의 민자당 참패 원인이 보수성향의 중산층 이탈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면서 이들 세력의 향배가 새롭게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이는 가깝게는 향후 정치권 재편 방향의 가늠자로 작용할 수 있는데다 더나아가 우리 정치의 대변혁을 요구하는 요인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선거가 끝난지1주일이 되도록 각 당은이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하지못하고 있고 특히 민자당은 패인분석을 둘러싼 계파간 현격한 의견차를노출하고있다.

민자당의 경우 당총재인 김영삼대통령이 민주계사무총장을 민정계로 경질하고 김덕룡전총장이 '참패'를 시인하기는 했으나 대다수 권력핵심층은 김대중 김종필씨의 지역감정조장때문이라는데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이같은 인식은 29일 발표하려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취소된 대통령 담화 내용에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미리 배포됐던 그 담화에는 공명선거에 대한 자랑,지역감정에 대한 비판 ,세대교체에 대한 필요성으로 일관돼 있고 국민의 뜻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단한줄 뿐으로 상황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하고 있는지를 의심케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정계의원을 비롯한 다수는 "아직까지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는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춘구대표는 선거직후 패배의원인을 민심이 떠난 때문으로 분석하며 자성을 촉구했으며 김윤환총장도 "이번 선거결과를 정치적 시각으로 평가하지않는 국민이 있겠느냐"고 말해 이번 선거를 김영삼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전으로 몰고갔던 야당측의 주장을 수긍하는 듯한 입장을 보였다.그러나 이번 선거결과를 보는 많은 국민들과 정치권의 분석은 하나의 큰줄기로집약되고 있다.그것은 바로 '민심이반',그 중에서도 보수중산층이김대통령과 그의 정부로부터 이탈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지난 92년 대선때김대통령을 지지한 중심세력들이었던 이들이 김영삼정부에 등을 돌린 이유는몇가지로 분석할 수 있으나 근본적인 원인은 현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총체적 불신과 불안감이다.

김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준 국정수행은 이른바 기득권층에게는 불신의 연속이었다.남북문제,경제문제등 중요국정에서 혼선과 실정을 거듭해 왔다는것이 대다수국민,특히 보수 중산층의 인식이다.더욱이 정부의 중요정책이청와대도 정부도 당도 아닌 얼굴없는 조직에서 나오고 있다는 소문들은 정부에 대한 불신감을 가중시켰다.

최근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비롯,지난 4월의 대구지하철 도시가스폭발사고등 꼬리를 물고 일어난 대형사건사고는 국민들을 불안감에 휩싸이게 했다.또한 사정수사등 일련의 개혁과정이 국민들의 충분한 공감을 얻지 못했으며 특히 과거 기득권층에게는 피해의식까지 팽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와 함께 인사의 난맥상, 야당식의 독선과 '신권위주의'형성도 국민들의외면을 자초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들의 이탈은 이번선거의 득표내용을 분석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보수깃발을 내건 자민련의 약진이 단적인 예다.김종필자민련총재의 텃밭인 충청권은 차치하고라도 전통적인 여권성향이었던 강원도지사선거에서 자민련후보가 65·8%라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되고 경북과 대구,경남에서 예상외의 득표를 한 것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는 현정부에 불안감을 느낀 보수세력이 탈출구를 보수지향의 정당에서찾으려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다시 말하면 이제까지 조직화되지 못했던안정희구의 보수중산층이 그들의 존재를 확인시킨 것이며 꿈틀대는 몸짓을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같은 보수세력의 움직임은 향후 정계개편구도와도 밀접한 관계가있을수 밖에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정가에서는 앞으로 정당은 보수와 진보를 두 기둥으로 한 구도로 가야 할 것이며 또 그렇게 정계가 재편될것으로 관측하고 있다.이렇게 돼야만 지역정당구도에서 탈피할 수 있고 사람중심이아닌 진정한 이념·정책중심의 정당정치가 가능하다는 것이 이들의주장이다.이제 보수계층은 어디로 갈 것이며 누가 이들을 끌어안을 것인가하는 것은 우리정국향배의 최대 관심사가 될 수 밖에 없다.김대통령이 오늘의현실을 정확히 읽고 그들의 참뜻을 감싸안는 국정을 편다면 이미 늦기는 했으나 그들을 다시 과거로 되돌릴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김대통령과 집권세력이 여전히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채 '남의탓'으로만 돌린다면 그들은 다른 길을 찾아 나설 것이다.확언할 수 있는것은 이들을 포용하는 세력이 JP든 DJ든 아니면 제3의 세력이든 그들은 내년 총선은 물론 다음 대선에서의 승리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사실이다.이런점에서 앞으로 전개될 정계 개편에서 어느 세력이 또는 누가 이들을 추스르는데 선수를 치고 성공을 할 것인가가 정국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정택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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