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의제언-김대중씨 정계은퇴 번복

지금도 널리 애송되고 있는 이형기 시인의 '낙화'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있다. 가야 할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이 시구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물론 여러 각도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사사로운 욕망이나 미련을 접어둔 채 초연히 순리를 좇는 인간의 덕목을 표현한게 아닌가 여겨진다.

아태재단의 김대중 이사장이 마침내 신당 창당을 하게되리라는 보도를 접하고 불현듯 이 시구를 떠올렸다. 아닌게 아니라 지난 대선 당시 깨끗이 패배를 시인하고 만감어린표정으로 은퇴를 발표하던 김이사장의 모습은 감동적인데가 있었다. 따라서 그와 정치적 입장을 달리했던 정파도 그를 지지하지 않았던 이들도 그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그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던 것이다. 아울러 그가 비록현역에서 은퇴하더라도 존경받는 정계 원로로서 남아줄 것을 그리하여 정신적 지도자로서의 몫을 다해줄 것을 국민들은 기꺼이바랐던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민주당의 실질적 오너라는 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되는한편 당사자의 말이 점차 바뀌는가 싶더니 이번 지자제 선거의 와중에선 소위 지역등권론을 주창하고 끝내는 정계복귀를 공식화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고보면 '설마'가 '역시'가 된다는 공식이 여축없이 맞아떨어진 셈이다.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가장 큰 문제점은 김이사장의 일방적 약속파기에 따른 국민들의 허탈감 내지는 정치에 대한불신풍조의 고착화라고 보여진다.김이사장이 지닌 영향력이 그토록 컸기에 불신감또한 엄청날 것은 명백하다. 이제 앞으로 국민들은 정치지도자들이 하는 말이면 무슨 말이든 색안경을 끼고 보려 들 것이다. 김이사장은 자신의 정치적 욕망을 위해 우리 정치판의 병폐를 더욱 공고히 한 우를 범했다고 본다. 즉 '원칙'이 없는 정치판,'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정치판, 결과만 좋으면 모든 수단이 정당화되는 정치판…등.

아무튼 한때 우리 시대의 '거인'으로 숭앙받던 지도자가 끝내는 '소인'으로 추락하는 데 대해 말할 수 없이 착잡한 심경이다.

심수철(대구시 동구 효목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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