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반군-남아공 줄루족 '검은왕국'부활 7백만 봉기

지난 19세기 화려했던 왕국의 꿈을 다시한번 이룩하자는 것이 남아공 최대부족인 7백만 줄루족의 변함없는 소원이다. 과거 백인통치 아래 철저하게 소외당했던 이들은 인종분리정책이종말을 고하고 자신들이 비로소 역사의 주인공으로 재등장하려는 마당에 넬슨 만델라가 이끄는 아프리카민족회의(ANC)에 의해 또다시소외된다는 사실에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줄루족 전사의봉기를 선포했다.이들은 주거점인 콰줄루-나탈주에 독립의 깃발을 높이 올리고 자신들의 이익대변단체인 인카타자유당(IFP)을 중심으로 투쟁을 선언했다. 이들의 지도자는 줄루족 왕족출신으로 현재 남아공 연정 내무장관을 맡고 있는 망고수투부텔레지. 지난달 11일 부텔레지는 콰줄루-나탈주에서 "진정한 평화적 저항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그리고 자유·다원·민주주의를 위한 대규모 저항운동이 무엇을 이룩할 수 있는지 보여주자"고 웅변했다. 줄루족의 독립을 위한단체투쟁을 불사하겠다는 말이다. 또한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권력기반강화에 방해되는 것은 무엇이든 파괴한다"며 성토했다. 지난 5월23일에는 전통적인 줄루족 거주지역인 콰줄루-나탈주 일부지역에 대한 전쟁발발까지 경고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에대해 만델라 대통령도 "남아공의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타협배제 방침을 밝혀 백인통치 시절부터 차츰 불거지기 시작한 흑인간 갈등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인카타는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온건파정치조직으로 1백70만명의 당원이있으며 지난 90년7월 정식으로 창당됐다. 그러나 원래 인카타는 1920년대 줄루족 솔로몬왕이 흑인의 생존자체뿐 아니라 문화와 전통에 위협을 느껴 만든일종의 문화운동조직. 인카타의 정치적 신념은 철저한 비폭력주의에 기반을두고 있다. 남아공에서 흑인정권이 탄생해야 한다는데는 다른 흑인 단체와도의견을 같이 하지만 부텔레지는 ANC의 테러작전이 흑인사회를 분열시킨다고믿고 있어 정치적으로 대립관계에 놓여있는 것.

이러한 흑인간 갈등의뿌리속엔 부족간의 투쟁심리와 더불어 남아공 백인정권의 교묘한 기만술책이 숨어있었다. 지난 90년2월 남아공 백인 집권당인국민당 소속 데 클레르크 대통령은 흑인인권운동의 상징 넬슨 만델라 ANC 부의장에 대한 사면조치를 내린 뒤, 만델라만을 흑인대표로 인정, 흑백 공존시대의 정치파트너로 삼았다. 이들은 지역간 인종간 통합이라는 명분아래 과거흑백분리의 상징인 흑인거주지구(Home Land)의 철폐를 추진했다. 그러자 기존 지역에 기반을 갖고 있던 세력들이 ANC 주도의 통합추진과 총선이 자신들을 중앙정부에 복속시킬뿐이며 결국에는 새로이 세워지는 흑인정권에서 소외되는 것이라며 반발한 것이다.

최근에는 백인정부가 정권유지를 위해 흑인간 대립을 부추겼다는 사실도차츰 밝혀지고 있다. 과거 보안요원이나 경찰들은 백인정권의 비리를 폭로하며 흑인간의 갈등을 심화시키기 위해 인카타에 비밀리에 무기를 공급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폭로한 것. 줄루족 전사들은 몽둥이와 방패 대신에 구소련제AK-47 소총과 각종 자동화기로 무장해 그야말로 ANC와의 전면전을 준비하고있다.

지난 86년부터 실시되던 비상조치가 남아공 4개주중 콰줄루-나탈주에서 가장 늦게 해제된 이유도 바로 ANC와 인카타의 싸움때문이었다. 90년 만델라사면이후 남아공에서 흑인간 폭력사태로 인한 사망자만 1만5천여명이 넘고있다.

7백만 졸루족의 자치권 요구와 만델라의 강력한 흑인통합 의지가 상충된데다 남아공 총선전에 벌어졌던 여러 차례의 폭력사태와 테러에서 비롯된 상호불신감 때문에 인카타와 남아공 정부간의 타협은 흑-백간의 갈등해결보다 오히려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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