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학 시인이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벌써 세 권의 시집을 내었으며 작년엔 김달진 문학상까지 수상했다. 올 여름호 유수의 계간지에 그의 시가 지면을 차지했다. '창작과 비평'에 3편, '문학동네'에 3편의 시가 실렸다. 이 지역 중견시인의 자리를 그는 확실하게 굳혀가고 있다.첫시집 '얼음시집'부터 올 여름호의 여섯편까지 그의 시세계는 모더니즘에기반을 둔다. 형식파괴와 실험정신, 지적 경향과 산문의 과감한 도입을 보이던 그가 최근엔 보다 다듬어진 호흡과 세련된 감각적 이미지를 추구한다. 수녀들의 몸가짐이 주는 인상을 첼로 소리가 주는 느낌과 연결한다든지, 그레고리안 성가를 불빛과 비교하여 공감각적으로 표현한다든지('지산동 살기')하는 것들이 그런 예이다. 또 튤립을 매개로 사춘기의 기억을 더듬어간 '튤립에 물어보라'는 기억의 나머지 내용들을 튤립에 물어보라고 함으로써 키취적 발상을 보여준다. 재미있게 읽힌다.하지만 그의 시는 대체로 난해하다. 어떤 구절들은 몇번씩 되읽어도 난해함을 안겨준다. 난해함은 시인이 개척해가는 진정성의 깊이에서 오기도 하지만 미숙함이나 세계관의 불확립, 혹은 자기혼돈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우리의 문단은 리얼리즘이 옳으냐 포스트모더니즘이 옳으냐 하는 논쟁보다도 어떤 입장을 견지하든간에 그 문학적 진정성에 얼마나 깊이 도달했느냐에대한 검토가 더 요청된다.
송시인의 시에는 천둥과 우레소리의 이미지가 빈번하게 나돈다. 그 우레소리가 시인의 귀바퀴 속에서만 맴도는 이명(이명)의 천둥이 아니라 독자의 고막을 뚫는 천둥이 되기 위해서는 송시인은 자기검토가 필요하다. 일정한 성취를 이루지만 안으로 무너지기 쉬운게 중년이요, 중견이기 때문이다.비평의 할 일은 그러한 시인의작업을 돕는 것, 곧 굵어지는 시인의 허리통에다 침을 푹 찔러넣는 일이다. 그러면 시인은 상처에서 진주를 만들어내는 조개처럼 더욱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것이다. 단, 시인이 시의 진정성에발을 딛고 있는 한에서. 조개가 진주조개인 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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