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모스크바영화제' 빛바래는 옛명성 예산부족 무산위기서 겨우 개막

17일 개막된 제19회 모스크바 국제영화제는 예전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초라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어 러시아 영화계의 침체 분위기를 반영하고있다.당초 예산부족으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던 이번 영화제가 그나마 치러질 수있게 된것은 영화 탄생 1백주년을 맞는 올해, 다른나라들은 없던 행사도 만드는 판에 40년 가까이 계속해온 국제행사를 포기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예술계의 여론 때문. 지난달에서야 옐친 대통령까지 직접나서 행사지원을 지시, 그럭저럭 3천만달러를 조달해 영화제 준비를 시작했었다. 짧은 준비기간때문에 홍보는 커녕 일반인들은 팸플릿조차 구하기 힘들어 영화팬들을 실망시켰다.

출품작이나 심사위원, 초청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더욱 격세지감을 느끼게한다. 22개 출품자 중 러시아의 피요트르 타도로프스키('인터걸'의 감독)나일본의 가네타 신도 감독 등 몇몇을 빼면 무명감독들의 작품이 대부분이어서전문가들도 출품작 명단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릴정도. 국제 영화제치고는약소한 상금(1등상 5만달러)이 원인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지만 어쨌든 권위가 예전같지 않은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심사위원단에 헐리우드 스타 리차드 기어가 끼어 이색적이고, 특별 게스트로 에로티시즘 영화 전문의 잘만 킹 감독이 온것이 눈길을 끄느 정도일뿐 예년같은 풍성한 화젯거리는 별로 없다. 게다가 러시아 영화계가 한마음으로이 축제를 지원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저명한 유리 마민 감독은 영화제 직전한 인터뷰에서 제대로 영화만들기어려운 풍토에서 영화제만 연다고 영화계가 발전하느냐고 성토하기도 했다.화려한 개막식 뒤편에는 불안한 러시아 영화계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있었다.

〈모스크바·김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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