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역할

어느 대중음식점에서 "아주머니 음식을 조금 싱겁게 해주세요"라고 특별히주문을 했다. 잠시후 나온 음식을 맛보고 주인에게 너무 짜고 맵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주인 아주머니가 직접 맛을 보고는 "괜찮은데요. 맵지도 않고간이 딱 맞는걸요"라고 한다. 은근히 손님의 식성이 까다롭다는 것을 책하면서 그냥 먹기를강요하는 것이다. 이경우 음식의맛은 정작 그것을 먹어야할 손님이 아니라 주인의 기준에서 판단되어 버린 것이다.우리는 이와 유사한 장면에 접할 때가 많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택시가 승객보다는 기사의 기준에서 움직이는 경우를 흔히 본다. 택시를 탄 손님이 기사의 비위를 맞추기위해 말동무가 되어 주거나 사정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심한 경우에는"이게 손님 자가용인줄 아십니까. 골목길은 들어갈수 없으니 내려 주십시요"라는 말을 들을 때도 있다.

우리가 비싼돈을 주고택시를 이용하는 것은 어쩌면 자가용이상으로 편하고 안전하게 목표 지점까지 가기 위해서이다. 그러기 위해서 택시는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까다로운 골목길을 가고싶지 않은 기사의 편의주의적 기준에 동의를 강요당한다.

택시나 음식점은 손님을 위해서 있는 것이지, 손님이 그들을 위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손님의 편의와 기준에서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음식점 주인이나 택시기사의 역할은 명확해진다. 손님의 입에 맞게 조미료를조절하고 비록 좁은 골목길 일지라도 승객이 원하는 곳까지 가는 것이 그 역할이다. 이것은 서비스 정신 이전에 역할의 문제인 것이다.우리 개인은 사회라는 전체속의 하나의 부품인지 모른다. 하나 하나의 부품이 제자리에서 주어진역할에 충실할 때 우리사회는 전체적으로 원활하게제기능을 발휘하게 된다. 나의 자리는 어디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한번쯤 생각하는 기회를 가져보자.

〈계명대 조교수·일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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