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고비사막은 신비한 기운이 감돌았다. 황갈색의 원초적인 연한빛이 구름에 가려질때면 무서울 정도로 척박해 보이지만 보석처럼점점이 박힌 호수가 시야에 들어오면 사막 특유의 질감은 더욱 생기가 돈다.그런 생기도 잠시뿐. 마른풀과 휑뎅그렁한 언덕이 이어진것을 발견한 때는이미 비행기가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에 가까워져 낮은 비행을 하고 있을때였다.간데없는 푸른 초원
북경 공항을 출발할때부터 상상되던 칭기즈칸의 푸른 초원과 끝없이 펼쳐진 금빛 모래밭 대신 불모의 붉은 초원이 우선 기대를 뭉게 버렸다. 팬곳에고인 물은 대부분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소금연못 이었고 말이나 낙타대신각종 차량들이 무질서하게 초원을 휘젓고 다닌 흔적으로 고비사막은 이미 신음소리가 나고 있었다.
고비(Gobi)라는 말 자체가 신음을 내포하고 있었다. 고비라는 말은 초원에잔돌과 흙으로 땅이 다져진 단단한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고비라고 하면 단박에 고비사막을 연상하며 부드러운 모래밭이 아름다운 언덕을 이루며 낙타들이 줄지어 다니는 사막을 떠올린다. 그러나 몽골의 고비사막에는 모래가 귀할정도로 없 는 편이다. 사막의 남부지역(남고비)에 마치관광객을 위해 일부러 모래더미를 쌓아 놓은듯 있을 뿐이다.몽골은 옛부터 유목민족이 살아왔다. 학자들은 몽골벌판은 원래 초원이었다고 말한다. 그런 초원이 고비로 변했다는것. 때문에 고비사막은 지구상에서 환경의 변화를 가장 처절하게 읽을수 있는 몇 안되는 곳중 하나인 셈이다. 왜냐하면 고비의 원인이 바로 초원에서 질펀하게 길러지고 있는 동물들의 먹이습성에서 찾아볼수 있기때문이다.지금은 그 숫자에 많은 변동이 생겼지만 전통적인 몽골의 5대 가축 즉 소,말,양, 산양, 낙타가 환경을 뒤바꿔놓은 셈이다.
뒤덮인 오물 오염가속
가축들이 어떻게 환경을 변화시켰을까. 간단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역사를여러겹 잉태하고도 남을 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 옛날에는 푸르기 그지없었던 초원에 소떼는 식물의 위풀만을 잘라 먹는다. 소들이 잘라먹고 남은 아랫부분을 말들이 차지해 그루터기 바로 위쪽까지 먹는다. 그 뒤를 양떼가 쫓으며 온갖 풀들의 그루터기를 사정없이 먹어치우면산양은 풀뿌리 까지 갉아먹고 이윽고 낙타들이 나무뿌리를 갉는다. 초원은 점차 불모화 되고 땅은 기름기 대신 동물들의 오물로 뒤덮이면 이미 상당한 척박의 길로 접어든 후다.바닥이 드러난 땅에 물이 고이면 대부분 염분으로 물은 사용이 불가능 해지고 땅은 단단하게 다져져 고비화된다. 이것이 고비다. 여기에 사막이라는 말을 붙일 필요가 없다. 그래서 북쪽지방의 중국인들은 고비사막이라면 잘 몰라도 고비라면 그 땅이 어떤것인가를 잘 안다. 실제로 못쓰는 땅, 다시말하면 사막이 되기전의 땅을 고비라 부른다. 몽골인들도 마찬가지다. 고비사막이라면 고개를 갸우뚱 거리지만 고비라면 당장 반응이 온다.몽골의 고비화는 최근의 자료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건초를 만들기위한 건초지의 경우 지난 80년에는 1백61만ha이던 것이 88년에는 1백36만ha,92년에는 1백25만ha로 줄어든다. 목초지도 같은 추세다. 60년에는 1억4천1백만ha 이던 것이 70년에는 1백만ha가 감소한 1억4천만ha 였고 80년에는 1억2천5백만ha,92년에는 1억1천8백만ha에 불과 30여년만에 2천3백만ha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내 팽개쳐진 '자연보호'
물론 감소한 땅의 일부는 농장이나 공장 또는 도시화로 인한 택지등으로소용이 됐지만 그 면적은 아주 일부분에 지나지 않다·몽골자연보호성의 고비사막 담당 아댜수렌씨(36)는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연구가 뒤따라야 하지만 아직 그런 여건이 조성되고 있지 않다"고 말하고 "많은 학자들이 고비사막을 연구하고 있으며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건의하고 있지만 현재 진행중인프로젝트는 아무것도 없다"며 답답해 했다.
특히 몽골은 공산주의몰락과 최근 불어닥친 서구화의 바람으로 내부적으로는 많은 진통과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진통과 변화의 그 과정속에환경은 아직 미미한 부분에 불과하지만 민주화와 서구화에 동반되는 개발논리에 자극받은 일부 지식층에서 막 새나오고 있는 단계인듯 느껴졌다.고비사막으로 깊숙이 들어가기위해 차량을 수배했다. 한국대사관의 협조로몽골외무성의 5인승 지프를 임대했다. 임대료는 km당 50센트. 엄청난 값이다. 지난해만 해도 25센트였다고 한다. 그간의 물가상승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목적지는 둔트고비(중고비). 울란바토르에서 약 5백km. 이 길에서 취재진은 뜻밖의 귀중한 안내자를 만났다. 그는 북한에서 지난 5년간 수리학을 공부했다는 농업성의 뻔자크수렌씨(25). 유창한 한국말을 구사하며왜 고비사막에 왔느냐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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