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도시의 푸른나무(182)-제7장 도전과 응징(13)

간호사가 들어온다. 링거병을 들고 있다. 젊은아주머니 간호사다. 키가크고 어깨가 넓다. 둥글 넙적한 얼굴이다. 눈썹을 길게 그렸다. 많이 본 얼굴이다. 자주 병실로 들어왔다. 이제서야 그 얼굴이 또렷이 보인다."특별히 아픈데는 없나요?"간호사가 묻는다. 나는 가만 있다. 가만 있으면 별로 아프지 않다. 간호사가 링거병을 새 것으로 간다. 병에 달린 줄을 내 팔에 꽂힌 주사침에 연결한다. 내 팔은 온데 피멍이 들었다. 간호사가 병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의 속도를 조절한다. 나는 링거주사를 처음 맞아본다. 병이 꺼꾸로 들린게 이상하다. 병은 마게가 위쪽을보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내용물이 쏟아지지 않는다. 병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본다. 우주가 물로 차 있다고 옛적 과학자가말했다. 큰 두레박을 꺼꾸로 쏟으면 비가 된다고 했다.

"회복이 빨라요. 타고난 체질이 무척 건강한가봐요"

간호사가 말하며 웃는다. 나도 따라 웃는다. 웃는게 어린애 같다고 간호사가 말한다. 내가 웃을때 사람들은 곧잘 그런 말을 했다. 경주씨가 왔다 갔냐고 나는 묻고 싶다. 말이 잘 될것 같지가 않다. 목이 잠긴다. 나는 말을 아주 잃어 버렸다. 정신이 들고 며칠동안 나는 예, 아니오란 말도 겨우했다.간호원이 나간다.

나는 다시 창쪽으로 눈을 준다. 노을이 지고 있다. 지는 노을은 보라색이다. 어둠이 천천히 내린다. 나는 다시 눈을 감는다. 옅은 잠에 든다. 푸른은행잎이 샛노랗게 물든다. 가을이 왔다. 바람이분다. 은행잎이 새떼처럼나부낀다. 나부끼다 강으로 떨어진다. 낙엽이 강물에 실린다. 물살을 타고빠르게 흘러간다. -오빠, 은행잎을 책갈피에 끼워뒀어. 시애의 목소리가 들린다. -은행잎을 문고리 옆 창호지에다 붙여. 그럼 창호지에 구멍이 잘 나지않지. 할머니가 시애에게 말했다,.

"마두"누가 나를 부른다. 그 말이 너무 크게 들린다. 나는 눈을 뜬다. 씽침형의 얼굴이 눈 앞에 있다. 찢어진 큰눈이 나를 내려다본다. 나는 너무놀란다. 가슴이 터질듯 뛴다. 뒤쪽에 찡오형이 서 있다. 찡오형은 양복 윗도리를 어깨에 걸쳤다. 나는 일어나려 애쓴다. 그들 앞에서는 차려자세를 해야한다. 일어날 수가 없다. 몸이 꼼짝을 않는다. 통증이 온 몸을 누빈다."그냥 누워 있어. 경과가 어때?"

쌍침형이 묻는다. 표정이 없다. 손으로 내 가슴을 누른다. 나는 입을 벌린채 대답을 못한다. 그의 붉은색 셔츠가 피로 보인다.

"마두, 너 매스컴 탔어. 기적의 생존이래. 운이 좋아 안달려 들어갔지"찡오형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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