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의 푸른나무(189)-도전과 응징(20)

"이젠 많이 좋아졌구나. 머리에 온통 붕대를 감고 있다더니, 붕대도 풀었구. 그동안 고생 많았지?"채리누나가 묻는다. 나는 가만 있다. 채리누나가 의자를 당겨 앉는다."쌍침 형님이 안부 전하랬어. 고맙다구. 사건이 일단락됐지." 채리누나가문쪽을 돌아본다. 작은 소리로 말한다. "너가 입 다물어 쌍침 형님과 짱구는무사하게 됐단다. 기요와 돈필이. 신입애들 여덟은 검찰에 넘어 갔지. 곧 재판을 받게 될 거야. 향린동 쪽에서 일곱, 산림동 쪽에 셋이야. 산림동쪽 신입셋은 도망갔어. 어디에 숨어 있겠지. 너를 차에 싣고 납치해간 패도 아직안잡혔어. 퇴원을 하면 다시 나랑 함께 일해야지. 여름이라 장사도 신통찮지만, 맘보 혼자 있어. 종태는 수갑찼지."

"수갑 찼다고요?"

"그래. 재판받으면 키유는 삼, 사년쯤 감옥에서 살아야 할 거야. 칼질을해서 중상을 입혔으니깐. 다른 애들은 일, 이년쯤 살겠지."칼질은 짱구가 했다. 꺽다리가 연립주택 마당으로 끌려 나왔다. 꺽다리를확인하자, 짱구가 일본칼을 처들고 내리쳤다. 기요는 도망가는 녀석을 쫓아가고 없었다.

"나, 아우라지로, 아우라지에서 살겠어요."

내가 말한다. 나는 조직을 떠나고 싶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 아우라지로 가면 조양강에서 멱부터 감고 싶다. 나는 그런 꿈을 꾸었다. 강으로 기어가다 끝내 정신을 잃었다. 시애가 나를 불렀다.

"시골에 가면 뭘하니? 젊은이들은 모두 도시로 나와버렸는데. 할머니가 보고싶어?"

"할머니? 보고 싶어요."

"하긴 그래. 넌 농사를 잘 지을 거야. 옥상에다 채소밭도 가꾸고 닭도 쳤으니. 할머니와 함께 농사 지으면 되겠지."

"닭요? 닭 잘 있어요?"

"너가 없자 누가 모이 줄 사람이 있었니? 키유는 자수해서 스스로 수갑찼고, 짱구는 온주시에 숨어 있었구. 형님이 며칠 뒤에 가보니, 닭이 모두 죽었더래. 닭다리를 붙잡아 매놔서."

"죽었어요?""그래. 너가 닭잡아 형님 보신시켜준다 했는데, 아깝게 됐지뭐야."

트렁크에 갇혀, 나는 살았다. 옥상에서 닭들은 죽었다. 닭다리는 내가 묶어두었다. 밭을 망가뜨리기 때문이었다. 내가 닭을 죽였다. 코 끝이 시큰해진다.

"어디다 버렸어요?"

내가 묻는다.

"비닐봉지에 담아 쓰레기통이겠지 뭐."

"쓰레기통? 묻어줘야 하는데."

내가 있었담 닭을 묻어주었을 것이다. 옥상 밭에다 묻어주면 닭은 썩는다.이듬해 봄에 거름이 된다.

"나 그럼 갈래. 퇴원할 때 오마."

채리누나가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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