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험한 준령을 타고 구비치며 흘러 내려온 낙동강물이 구문소를 지나강원도와 경북도 경계를 힘겹게 넘어서면서 다시 용틀임하듯 꿈틀대며 흐른다.낙동강변 국도를 따라 차를 타고 달리면 계속된 가뭄탓인지 수량은 그렇게풍부하지 않지만 골짝 골짜기마다 눈이시릴 정도로 맑은 물이 흘러 시원함을더해준다. 주변계곡과 울창하게 우거진 삼림에서 내뿜는 신선한 공기도청량감을 느끼게 해 준다. 바로 낙동강의 본모습이다. 태고적에도 이랬고앞으로도 또이래야 할 것이다.
강변 계곡일대에는 간간이 피서객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산천 경개가 뛰어난곳은 인간의 손길이 안닿는 곳이 없다. 인적이 닿는 순간 부터 자연환경은 오염된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한 구름만 한줄기 흘러간다.도경계에서 4㎞가량 강줄기를 따라 내려오면 봉화군석포면석포리에 닿는다.
석포 초입서 부터 피부에 와닿는 공기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기분좋게 달리던산길의 모습은 간데 없다. 어디 대도시 주변공단에 와 있는 듯 하다.매케한 매연으로 아지랑이가 이는 것 같다. 대기마저 심하게 오염된 때문이다.
제련소의 배출가스 등 영향으로 제련소 반경1㎞이내는 일대의 소나무등나무는 거무튀튀하게 색깔이 바랬다. 나뭇잎도 듬성듬성하게 나 있으며상당수는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대기오염으로 인해 공장주변의 다소 경사가급한 지역은 거름이 되고 온갖 미생물이 서식하는 부식토층 마저 없어진 채벌거벗은 몸체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주변 경사진 산허리는 곳곳이 토사가 흐르고 패여 있다.
공해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곳에는 현재 연산 아연괴 9만t, 황산부산물 12만t, 황산동 2천5백t, 카드뮴4백t 등을 생산하고 있는 국내 최대의 아연제련소인 석포제련소가 자리잡고있다.
68년5월 문을연 (주)영풍의 석포제련소는 현재 종업원이 5백명에 연간매출액만도 9백억원에 달하는 등 봉화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높다.
석포제련소는 인근 석포면대현리에서 62년8월부터 채광을 시작한 연화광업소(93년9월 휴광)에서 아연정광을 공급받아 아연괴등을 생산하다 채산성악화로93년9월(휴광) 문을 닫은 후부터는 중국과 러시아,캐나다 등지에서묵호항을통해 원석을 수입,제련하고 있다.
낙동강 최상류지역인 이곳은 태백시의 탄광폐수와 생활하수로 오염된 물이 어느정도 강상류를 흘러내려오면서 정화돼 맑아졌다가 제련소에서 쏟아내고있는 폐수로 다시 혼탁해지고 있다.
물바닥은 아연 제련과정에서 나오는 각종 중금속물질이 퇴적된 채 시커먼흙이 바위와 자갈에 퇴적돼 있다. 공장 바로 아래지점은 바위가 온통 제련과정서 나오는 철분 등 부산물의 영향으로 벌겋게 변해 있다.강물도 희뿌였다. 이수역은 생태조사결과 생화화학적산소요구량(BOD)이 13·86㎎/ℓ, 용존산소(DO)8·2㎎/ℓ, 전기전도도 4백6·8로 오염이 극심한 화원유원지 수질과 맞먹을 정도로 수질이 악화돼 있다.또한 식물성플랑크톤인 규조군집조사에서도 청수성종은 5·1%의 낮은값을나타낸 반면 오염성종은 82·34%의 높은 비율을 차지,이 수역의 오염상을 잘 보여주고있다. 수서곤충도 모두14종밖에 채집되지 않아 개체량이아주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유승원박사(식물생태학)는 "낙동강 최상류지역에 이같이 심한 오염원이자리잡고 있는 한 안동댐상류지역의 수질개선은 백년하청"이라며 "제련소의타지역 이전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고기는 버들치와 갈겨니, 피라미, 모래무지 등이 채집됐는데 이곳에서1급수에만 서식하는 버들치,갈겨니 등이 다량 포함돼 특이한 양상을 보였다.조사팀의 채병수박사(어류학)는 "수질상태로 보아 버들치가 우점종으로나타난 것은 특기할 만한 사항"이라며 "용존산소 수치가 비교적 높고 유기물질이 적은데다 제련소 상류지역에 서식하는 물고기들이 호우등으로 아래쪽으로 떠내려 온 때문"으로 풀이했다.
각종 쓰레기가 뒤덮고 있는 제련소주변 강변의 식물도 달맞이꽃, 노루오줌등여러종류가 발견됐지만 모두 공해에 찌든 듯 일그러진 모습으로 힘겹게버텨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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