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국제질서 협력틀'구척-정치·외교

한·중 두나라가 공식 국교를 맺은지 24일로 3주년을 맞는다.지난 92년 수교직후 경제교류와 협력이라는 제한된 범위내에 국한됐던 한·중양국관계는 이제 정치·외교분야에까지 그 폭을 넓혀감으로써 '신국제질서'속에서 착실한 협력증진의 기초를 닦아왔다.북한에게는 마지막 남은 혈맹인 중국은 김일성사망이후 여전히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는 점에서 그만큼 한중관계는 한반도 주변정세속에서 비중있게 여겨지고 있다.

지난 3년간 정치·외교적으로 두나라간의 가장 큰 당면현안은 역시 북한핵문제였다. 중국은 그동안 국제적인 주목을 받은 이 사안에 대해 남북간의 중재역할을 마다하지 않으며 '협조적인' 태도를 유지해 왔다.양국은 북한핵문제가 표면화된 이후 주요 고비때마다 외무장관회담을 비롯한 외교적 협의과정을 통해 꼬인 실타래를 푸는데 서로 협력해왔다.중국으로서도 핵문제로 인해 한반도에 긴장이 조성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아래 가급적 남북한간에 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랐고 이같은 입장아래 나름의 역할을 해온게 사실이다.

한·중 두나라간의 정치·외교관계 현주소는 지난해 3월 김영삼대통령의중국방문과 같은해 10월이붕총리의 방한등 양국 고위인사들의 활발한 교류에서 그대로 대변되고 있다.

또 오는 11월로 예정돼있는 강택민 중국국가 주석의 답방이 실현되면 양국은 과거 냉전체제하에서 6·25 전쟁을 겪으며 서로 총부리를 겨누었던 구원을 말끔히 씻어버리게 될 전망이다.

양국은 현재 상호 대사관외에도 지난 93년 4월 우리측이 상해에, 8월에는중국측이 부산에 각각 총영사관을 설치했고 지난해 9월에는 우리측이 청도에총영사관을 개설했다.

이는 수교 첫해인 92년 연간 8만8천명에 머물렀던 출입국인원이 지난해에는 29만8천명으로 4배가 넘는 급신장세를 보이며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인적교류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중국은 또 동북아 평화정착을 위한 안보포럼등에 있어서도 우리와 일정한공감대를 갖고 있다.

물론 이는 급속한 경제개발 속에 산업재편의 길을 가고 있는 중국이 지역정세의 안정을 도모하기위해 적극적으로 지역안보문제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배경을 안고있다.

이렇듯 한·중관계는 이제 초보단계를 벗어나 한반도및 동북아의 질서재편내용까지 협의하는 보다진전된 단계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치·외교부문의 경우 경제부문에 비해 아직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북한의 김일성사망후 급변하는 한반도 주변정세속에서 중국은 우리에게 여전히 '적과 동지'라는 이중적 모습으로 남아있다. 예컨대 중국은 아직도 한국을 주적으로 설정하고 있는 북한과의 '중·조우호동맹조약'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이중성은 우리에게도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국제사회의 강력한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바로 얼마전까지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것과 대비하면 분명 다른 모습이었다.

이에대해 우리 정부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갖고있는 영향력을 고려,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채 다른 나라의 대응을 살피며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는저자세를 보여주었다. 다른 나라와 같이 중국대사를 불러 항의하는 척하는자세조차도 취하지 못한 것이다.

이와함께 최근 연변지역에서 북한의 '기관원'들에게 납치돼 행방이 묘연해진 안승운목사사건에서도 중국의 이중성은 드러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지 벌써 한달반이나 지났지만 아직까지 중국정부로부터 약속된 조사결과 통보는 없다. 더구나 우리정부도 중국정부의 조치를 기다리는것외에는 중국에 대해 달리 어쩌지도못하고 행동에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우리정부는 이같은 사건의 재발을 우려, 이 지역 조선족들의 영사문제를담당할 심양 총영사관 개설을 요구해 왔지만 중국측은 상호주의 원칙을 내걸고 여전히 미지근한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은 한반도 정전체제를 와해시키기위한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에 결국 동조했다.

지난해 4월 북한이 군사정전위원회(MAC)로부터 일방적으로 철수한 뒤 중국에 대해서도 군정위 대표단 철수를 요구하자 중국정부는 자국의 대표단을 9월 소환, 화끈하게 북한측 손을 들어주었다.

이들 일련의 사태는 중국에 대한 우리의 정치·외교적 한계와 정부의 대응능력부재실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한·중관계의 어제와 오늘에 비추어 볼때 바람직한 관계정립을 위해서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무엇보다도 중국이 남북한에 취하고 있는 '실리'와 '의리'라는 정경분리의이중잣대를 하루빨리 정리, 한반도의 단일실체로 한국을 받아들일 수있도록유도해야 한다는 것.

전문가들은 또한 김일성이 사망했지만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한과 관계악화를 결코 원치않는 중국의 '등거리' 외교의 벽이 허물어지기 까지는 아직도상당기간의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석렬교수(외교안보연구원)는 "오랜 동맹국 북한에 대한 '의리'를 우리가제공하는 '실리'로 상쇄하는데는 아무래도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향후 통일과 21세기에 대비, 꾸준한 협력증진으로 동반자관계로 발전시키는 것이 한·중수교 3주년의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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