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분수습 민주당의 진로

민주당이 23일 이기택총재의 2선후퇴 선언으로 재분당위기로 치닫던 내분을 극적으로 수습, 당재건의 전기를 마련했다.이총재계와 구당파는 이날 마포당사에서 심야협상끝에 오는 28일 전당대회에서 홍영기.박일공동대표체제를출범시키기로 합의했다. 홍.박체제는 오는12월15일이전 치르기로 한 임시전당대회전까지의 과도체제다.이총재가 대표불출마를 선언하고 구당파가 그동안 불법이라고 주장해온 28일 전대를 수용, 서로 한발짝씩 양보한데 따른 결과다. 이총재는 박일고문,구당파는 홍영기고문을 각각 자파몫 공동대표로 추천했다.

양측은 또 △각각 2명씩의 최고위원 지명 △당무회의 정상화 △외부세력과의 통합수임기구설치등 모든 쟁점사항에 대해 합의했다.

이총재로선 김대중씨의 신당창당으로 소수야당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또다시 내분사태로 표류해온 당을 수습하기 위해 모처럼 기득권을 잠시 포기하는정치력을 발휘했다.

구당파 역시 이총재가 기득권포기로 선수를 치고 나온 상황에서 더이상 전대소집절차에 대한 법적하자 시비 등을 계속하며버틸만한 명분이 없게 됐다. 그래서 먼저 김원기이부영 노무현부총재 등 구당파 지도부가 불출마선언으로 화답했다.

이부총재 등이 "당무회의도 거치지 않고 불법으로 강행해온 28일 전당대회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없다"며 강력 반발했던 문제도 김부총재 등 구당파내온건그룹의끈질긴 설득이 이들의 불만을 일단 주저앉히는데 성공했다.양측 실무대표들은 이미 소집된 전당대회를 당무회의에서 추인키로 하고그 날짜까지도 12월13,14일로 잡았다.

한마디로 구당파는 내부 갈등을 임시봉합한 채 마지못해 당내분 수습에 동의해준 셈이다. 이총재의 2선후퇴 선언이 타이밍상 절묘하게 성공을 거둔 대목이다.

그러나 이처럼 매끄럽지 못한 수습의 모양새는 향후 민주당 진로 역시 순탄치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총재와 구당파는 명실상부한 새지도부를 선출하게 될 12월전대에서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 세대결'을 벌여야한다.이총재는 벌써부터 "12월 전당대회에선 내가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들 한다"고 당권재장악의 의욕을 감추지 않고 있다.

구당파 역시 김원기부총재 등을 내세워 이총재를 꺾고 당권을 쟁취하겠다는 의지면에선 이총재에 뒤질 이유가 없다.

현재 민주당은 김대중 신당행으로 사고당부만도 1백여개가 넘는다. 따라서홍.박과도체제 기간중 이들 사고당부에 대한 조직책 인선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양측은 당직및 조직책 인선을 5대 5로 반분한다는데 합의했다.남아 있는 현역의원수및 원외위원장 세력분포도 양측의 주장에 다소 차이는 있지만 거의 엇비슷한 상태라고 할 수있다.

따라서 이총재와 구당파는 향후 자파세력의 확장을 위해 사활을 건 전쟁을치러야만 한다.

이총재는 사조직인 통일산하회를 기반으로 조직을 총동원할 것이다. 구당파도 개혁모임 등 나름의 조직기반을 토대로 맞설 것이 분명하다.여기에 정치개혁시민연합(정개련) 등 외부세력과의 통합문제가 복잡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양측은 홍.박체제 출범직후 외부세력과의 통합에 대비한 통합수임기구를구성키로 했다.

구당파내 이부영 노무현부총재이철 유인태 제정구 원혜영의원 등 개혁그룹은 정개련과 반드시 통합, 반3김세력을 결집한 후 내년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한발 나아가 정개련내 참신한 인사를 민주당의 간판으로 내세워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구당파 내부의 분열로 작용할 소지도 없지 않다. 나아가 구당파내 입장정리가 될 경우 이총재와도 지분문제등을 놓고 새로운 갈등을유발할 수도 있다.

민주당과 정개련간 통합이 추진될 경우 5대 5로 반분돼 있는 민주당내 지분분포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민주당은 홍.박과도체제 출범으로 일단 내분은 봉합됐지만 향후당권싸움을 감안할때 결코 지금 못지않은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동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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