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 엄마일기-소금

지난 휴가때였다. 방학하기 무섭게 여행가자고 조르는 아들의 등살에 못이겨 우리가족은 전라도 어느 무인도를 향해 떠났다. 수평선너머로 마악 어둠이 내릴때쯤 우리는 외딴 섬에 도착했다. 하얀 파도가 밀려왔다 부서지고 저만치 하늘낮은 곳에선 갈매기가 날았다. 고요한 섬주위엔 망망한 푸른 바다와 유령같은 몇개의 작은 바위섬, 그리고 낚시꾼 몇사람만이 섬을 지키고 있었다.우리는 서둘러 저녁준비를 했다. 코펠에 찌개거리와 양념 등을 넣고 맨마지막에 소금을 찾았으나 어디에도 없었다. 허둥대며 나오느라 빠뜨렸던 모양이었다. 주변 낚시꾼들에게 얻어보려했으나 그들도 없단다. 그 흔한 소금을아예 구경할 수조차 없다니…. 생각다 못해 남편이 바닷물을 떠와 식수와 섞어 찌개를 끓였다. "이것 먹고 배탈나는건 아니야"하는 아들애의 걱정에 남편이 "그렇지 않아. 바닷물의 주성분인 염분(소금)은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가장 진실한 사랑의 선물이란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렇다. 그 흔하고도 보잘것 없는 소금이 만약 이세상에 없다면 이 지구상의 생명체 어느것 하나 제대로 생존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우리들 삶에서소금이 주는 교훈은 얼마나 큰지 모른다. 겉모습은 보잘것 없어도 맛과 색깔,모양까지도 영원히 변치않는 소금은 우리네 소중한 삶의 일부분이며 없어서는 안될 사랑의 모습과도 같다.

멀리 어둠이 내려앉은 바위섬사이로 노을진 저녁바다를 조용히 지켜보던남편이 등너머로 아들과 나를 꼬옥 껴안아 주었다. 그날이후 아들도 나도 자연이 주는 저 작은 것들의 고마움과 소중함을 조금이나마 알게된 것같다.(대구시 서구 비산6동 468의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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