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북한의 몰염치

빈한한 집에 염치를 물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은 한 나라로서 지켜야할 최소한의 체면도 지키지 못하는 몰염치 집단이어서 보기에 민망하다.북한은 최근 경수로건설부지를기초조사하러 갔던 한반도 에너지개발기구(KEDO) 대표단에게 옛소련이 80년대말에 조사작성했던 종합평가서의 전문을내주지 않았다. 이유는 러시아와의 협의가 있어야 하며 당시 지질지형조사때소요된 비용이 KEDO의 사업추진예산에 반영되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결론적으로 말하면 KEDO는 경수로건설에 따른 모든 기초조사를 해야 되기때문에 이미 해둔 조사는 상응한 비용을 물고 가져가라는 얘기다. KEDO는 결국 북한측이 제공한 요약분만을 받았으며 육안조사만으로 기초조사를 마치는등 만족한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1차방북을 끝냈다.

북한의 생떼는 전세계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자기들에게 40억달러가 넘는 경수로를 지어주기 위해 조사단이 갔는데 이렇게 대접하다니 참으로 염치없는 짓이다. 건설부터 마무리까지 10년이상 걸리는 원자로의 건설은 맨먼저튼튼한 지반조건이 안전을 보장하는게 최대의 관건인데 북한측은 염불보다는잿밥에 관심이 더 많으니 경수로의 장래가 위태롭기 짝이 없다.이것뿐아니라 북한은 6·25당시 사망한 미군유해 1백31구의 송환대가로 3백50만달러를 달라고 요구했으나미국측은 1백만달러 이상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이는등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90년부터 92년까지북한에서 송환된 46구의 대가로 89만7천3백달러를 지급한바 있다.미국은 월남전 참전용사들의 유해송환에는 1구당 2천달러를 지불한 전례가있기 때문에 북측의 과한 요구에 1백만달러 지급제의도 미국의 획기적인 태도변화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은 93년이후 송환된 1백31구에 대한 대가로26만2천달러를 판문점 회담을 통해 지급하려 했으나 북한은 액수가 적다는이유로 거절했다. 최근 미국은 다시 판문점에서 영관급 장교의 접촉을 갖고송환비용문제를 타진했으나 북한측은 3백50만달러선을 고수하는 바람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개인적인 관계나 국가적인 관계에서 돈문제는 가장 중요한 사안중의 하나임은 틀림없으나 염치없고 체면이 손상될 정도로돈을 앞세우면 추해진다.최근 북한이 보여준 돈에 관한 염치없는 짓들은 즉각 거두어 주었으면 한다.미군유해송환에 따른 대가 지불은 역사를 마무리짓는 것이고 경수로 건설에 따른 KEDO 대표단의 방북은 역사를 새로 여는 것이다. 역사의 시종에는반드시 신뢰가 바탕되어야 한다. 몇푼의 돈때문에 역사의 흐름을 거역하거나이를 혼탁시켜선 안된다. 북한은 긴 안목을 갖고먼 장래도 내다볼줄 아는지혜를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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