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악의 상황서 고단위 처방

누구 할 것없이 미중 두나라 관계가 현재 양국 국교정상화이후 최악의 상황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이같은 상황에서 양국은 국가간외교의 최고단계인 정상회담 개최라는 고단위처방을 내렸다.그러나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중 두나라 관계의 앞날은 결코 순탄치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두 강대국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고있는 문제가 산더미처럼쌓여있기 때문이다. 무역마찰, 핵확산문제, 미사일수출문제, 인권문제등 굵직한 현안이 한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대만문제는양국사이에 가장 민감한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으나 양국은 이 문제에 대해여전히 커다란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두나라 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빠져든 결정적 계기는 지난6월 클린턴 행정부가 대만 이등휘총통의 미국방문을 허용했던 것. 그후 중국은 미국시민권을가진 중국계 미국인 인권운동가 해리 우씨를 체포, 구속함으로써 양국 관계는 크게 악화됐다. 해리 우씨의 구속은 필 그램 미상원의원의 경우 "이는 중국이 미국의 뺨을 때린 것"이라고 표현할만큼 미국의 자존심을 정면으로 손상한 상징적 사건이었다.

그러나 두 정부는 양국관계가 밑바닥까지 추락하는 것을 방치할 수 없었다. 해리 우씨의 석방과힐러리 클린턴 미대통령 부인의 북경 세계여성회의참석으로 상징됐던 두 나라 사이의 '바터 외교'는 지난25일 해리 우씨가 미국에 돌아오면서 급속히 그 매듭이 풀려갔다.

이같은 사태반전은 짧게는 북경세계여성회의의 성공을 바라는 중국당국의빠른 행보때문에 가능했다. 힐러리여사가 세계여성회의 참석 여부 결정을 여름휴가 뒤로 미뤄놓은 상태에서 대통령 가족의 여름휴가가 끝나감에 따라 중국이 파국 직전에 해리 우씨를 석방함으로써 먼저 화해 제스처를 보냈다.이에대해 백악관측은 즉각 힐러리 여사가 북경회의에 참석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때는힐러리 여사의 북경회의 참석이 무산되기 직전의 시점이었다. 사실 힐러리 여사가 그동안 회의 참석 결정을 유보함으로써 당초에 예정됐던 몽고, 태국, 캄보디아 방문계획은 취소되고 말았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국내적으로 미중 두나라는 각각 양국관계의 악화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처지라는데 있다.

중국은 등소평사망을 앞두고 그의 사후 예측할수 없는 국내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대외적인 부담을 덜 필요가 있다. 특히 등의 가장 큰 치적인 시장경제 확립을 위해 그의 사후 미국의 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경우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재선을 노리는 클린턴이 중국과의관계개선에 실패하는 경우 공화당 후보들의 첫번째 공격목표가 될것이 뻔한상황이다. 실제로 밥 돌 상원의원, 필 그램 상원의원등 공화당의 대표주자들은 힐러리여사의 북경회의 불참을 주장하며 사사건건 클린턴 행정부의 대중정책을 비난하고 있다. 이에대해 클린턴측이 미중정상회담 개최라는 고단위처방으로 공화당 주자들에게 정면 승부를 건 것으로 풀이된다.그러나 두 나라 관계의 앞날은 결코 순탄치 않다는 것이 일반적 전망이다.무엇보다 가장 예민한 문제인 대만문제가 언제 불꽃을 일으킬지 모르는 도화선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중국외교부 전기침외교부장은 이번 피터 파노프 미국무부차관과의 회담을통해 이등휘총통의 방미와 같은 일이 되풀이돼서는 결코 안될 것이며 대만의유엔가입은 물론 대만의 독립에 반대한다는 중국의 입장을 강력히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파노프 차관은27일 양국간 정상회담 개최합의의 성명을 발표하는가운데 "중국과 대만간의 갈등에 대해 확실한 해결책을 갖고 있지 않다"고말한뒤 "양측 대표가 서로 다른 이슈와 관련해 동시에 미국을 방문할 수 있다"고 밝혀 앞으로 대만정부 관리들의 미국방문을 계속 허용할 뜻을 분명히함으로써 대만문제에서 양국간의 입장차이가 여전함을 입증했다.〈워싱턴·공훈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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